한미약품(128940)이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 중단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여타 제약·바이오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연구개발(R&D) 성과, 실적 등 구체적인 근거 없이 쌓아 올려진 거품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지적이다.
19일 한미약품은 전 거래일보다 8.4% 떨어진 49만6,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2.01%에 달하는 하락폭을 나타내기도 했다. 한미약품 주가(종가 기준)가 50만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주가 급락의 원인은 임상 중단이다. 한미약품은 글로벌 제약사인 일라이릴리에 기술수출한 신약 후보 물질 ‘HM71224’의 임상 2상이 중단됐다고 지난 14일 공시했다. 중간 결과를 분석한 결과 목표했던 효과를 입증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완전한 실패가 아닌 다른 자가면역 질환 치료제로의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지만 2016년 ‘한미약품 사태’를 지켜본 투자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업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업황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심리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미래에셋대우는 한미약품의 목표주가를 71만원에서 68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한미약품을 제외한 바이오·헬스케어주의 주가는 강세를 이어갔다. 이날 셀트리온(068270)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허쥬마’가 유럽의약품청(EMA)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는 소식에 전일보다 1.28% 오른 31만6,500원에 거래됐다. 장중 한때 32만6,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신라젠(215600)·메디톡스(086900)·바이로메드(084990) 등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의 바이오주도 일제히 상승세를 보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만 전일보다 1.38%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전문가들은 한 회사의 이슈가 업종 전반을 흔드는 사태가 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한 대형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나올 신약에 대해 제대로 분석이 이뤄지기보다는 ‘될 테니까 믿어보시라’는 식”이라며 “실력보다는 거품이 더 껴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국내 바이오주가 글로벌 제약·바이오주와 비교해 더 비싸진 점은 부담요인이다. 김용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력이나 재무적 성과 모두 글로벌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다”며 “정부의 코스닥 시장 활성화 대책과 수급 논리에 휘둘리기보다는 베일에 감춰진 민낯을 직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지난해 주가수익비율(PER)은 미국 존슨앤존슨이 20.2배, 화이자와 머크가 각각 14.2배, 15.5배인 반면 셀트리온은 87.6배에 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적 역시 시가총액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시가총액이 34조원대인 현대차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5,747억원이었지만 셀트리온(시가총액 38조원대)은 5,173억원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임상시험 성공, 미국 식품의약청(FDA) 판매 승인처럼 가시적인 성장 요인을 보고 투자할 것을 조언한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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