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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부회장 바꾸려 '보이지 않는 손' 개입..경총 사태 점입가경

■ 회장 선임 파행…커지는 의혹

대기업 회원사들, 정부 '메시지' 받고 내정자 비토

박상희 "갑자기 기류 급변..참석도 않던 관계자 와"

정부 낙점한 인물 선임땐 '기업 대변' 제 역할 힘들듯





한국경영자총협회의 회장 선임 파행이 문재인 정부의 입김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가 고용노동 정책에 반기를 들어온 경총에 재갈을 물리기 위해 입맛에 맞는 인물을 회장에 앉히고 상임부회장을 갈아치우는 과정에서 사달이 났다는 것이다. 정치 외풍에 국내 최대 사용자단체인 경총의 위상은 바닥에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이 회장으로 내정된 것과 관련해 대기업 회원사들이 집단 반발한 것은 정부가 보낸 모종의 메시지 때문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특히 정부의 의중을 대기업 회원사에 전달한 사람이 여당 H 의원으로 지목되고 있다. H 의원은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근무를 하고 지난 대통령선거 때 캠프에서 활약했던 이력 때문에 현 정권의 핵심 실세로 거론되는 인물이다. 이렇다 보니 대기업 관계자들은 그의 말이 ‘정권의 뜻’인 것으로 이해해 총회에서 반대표를 던졌다는 분석이다.

회장 내정자였던 박상희 대구경총 회장도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19일 회의에서 신임 회장으로 내정됐는데 22일 총회에서 갑자기 기류가 급변해 안건 상정도 안했다”며 “참석하지도 않던 대기업 회원사 관계자들이 참석하고 전형위원도 3명이나 바뀌었다”고 말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힘을 실었다.

박 회장은 김영배 경총 상임부회장이 천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중앙회 회장과 지역 경제인 출신인 박상희 카드로 경총이 정부 코드에 맞는 변화를 시도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려 한 것. 박 회장이 경총 회장이 되면 관례에 따라 회장이 상임부회장을 지명하기에 김 부회장 역시 임기를 이어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경총이 근본적으로 바뀌려면 김 부회장이 떠나야 한다는 입장이었는데 박상희 카드가 21일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행동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박 회장이 되면 김 부회장도 남기 때문이다. 결국 총회에서 대기업 회원사들의 반발로 박 회장은 선임되지 못했다. 김 부회장은 16명의 부회장 중 유일하게 임기가 연장되지 못해 14년 만에 물러나게 됐다.



정부는 차기 경총 회장과 상임부회장을 이미 낙점해둔 것으로도 알려졌다. 전형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모 대기업 회원사가 손경식 CJ 회장을 천거했다”고 말했다. H 의원이 손 회장뿐 아니라 상임부회장으로 최영기 전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추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최 전 원장은 노무현 정부 등 역대 정부에서 노동 정책의 밑그림을 짠 ‘학자그룹’의 핵심 인사로 알려져 있다. 최 전 원장은 다만 “상임부회장 제안을 받은 적은 없다”고 밝혔다.

경총의 차기 전형위원회 진행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전형위원회는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날짜 선정도 전형위원들이 조율한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인물이 선임되면 후폭풍이 예상된다. 경총 내부에서는 이미 경총이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적폐 조직으로 낙인 찍힌 상황에서 회장 선임과 관련해 온갖 말이 나오면서 제 기능을 하기 힘들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총이 노동 관련 이슈에 있어 기업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는 창구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이번 회장 선임 사태에서 경총 내부의 갈등도 표면화되는 등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경총 자체의 위상이 예전과는 달라질 것”이라며 “경총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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