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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조선 구조조정안 확정] 성동조선 상반기 부도 우려...법정관리 가도 생존 불투명

"STX조선도 구조조정 없으면 성동과 큰 차이 없어"

회생 가능성·자구노력 없인 지원 불가 원칙 확인

中에 내준 중소선박 시장, 韓건조역량 더 나빠질듯

장기적으론 "가격경쟁력 확보해 수주 회복" 전망도





정부와 채권단이 8일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성동조선에 대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청산이냐 회생이냐가 결정되겠지만 법정관리가 그나마 마지막 회생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해서다. STX조선에 대해서는 다음달 9일까지 고강도 자구계획안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조건부 독자생존안인 셈이다.

STX조선과 성동조선 모두 수년간 수조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아직 정상화되지 못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입김에 정부가 지역경제 활성화 논리로 신규 자금을 또다시 투입하며 살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STX조선은 조건부 회생의 길을 걷게 됐다.

정부는 이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중견 조선사 구조조정 방안을 확정했다. ★본지 3월8일자 1면 참조

이날 정부 방안에 따르면 두 조선소 모두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은 없다고 밝혀 회생 불가능한 기업에 퍼주기식 지원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STX조선도 고강도 구조조정이 없으면 유동성 여유가 있는 것 외에는 성동조선과 큰 차이가 없다”며 “STX조선·성동조선 모두 문을 닫게 하면 (국내 조선사 중에) 수주할 데가 없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지만 성동조선이 수주를 못 해도 (수주를) 받아줄 회사가 있다고 컨설팅에서 나왔다”고 압박했다. 두 회사 모두를 없애도 수주물량을 중국에 빼앗기지 않을 수 있다며 자구노력이 없으면 파산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성동조선은 재무실사 및 산업 컨설팅 결과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것으로 나왔다. 주력 선종인 중대형 탱커의 발주량이 오는 2021년까지 최고점에 비해 30~4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조선업 시황 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다 국내 조선업은 공급과잉에 시달리고 있고 중소형 부문 선박은 중국이 맹추격하고 있어 수주·기술·원가 경쟁력이 취약한 성동조선은 수익을 낼 수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성동조선은 올 2·4분기 중 유동성 부족으로 부도가 날 것으로 우려됐다. 채권단은 부족자금을 지원하더라도 회수 가능성이 없어 부실 규모만 확대될 것이라며 법정관리행을 결정했다. 성동조선이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채권단 관계자는 “성동조선의 여신만 2조5,000억원으로 금리를 2%로 쳐도 연간 500억원을 이자로 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고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현재로서는 회생이냐 파산이냐를 답할 수 없다”며 전적으로 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을 강조했다. 은 행장은 “(성동조선이) 회생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P플랜(프리패키지드플랜)을 고려했겠지만 회생 가능성이 없어 법정관리가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성동조선이 살길은 법원 관리하에 과감한 다운사이징과 채무 재조정 등 근본적인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적극적인 자산매각 등을 추진하고 사업전환이나 인수합병(M&A) 등 마지막 회생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다.



STX조선도 산업 컨설팅 결과가 부정적으로 나왔지만 성동조선에 비해 자력 생존 기반이 어느 정도는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STX조선은 주력 선종인 중형 탱커선 시장이 국내외 업체와의 경쟁 심화, 기술격차 축소, 원가 경쟁력 상실 등으로 정상화가 불확실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완전자본잠식에서 부채비율 76.0%로 재무건전성이 개선됐고 올해 2월 말 기준 가용자금 1,475억원을 보유해 일정 기간 독자경영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지만 현 상태로는 유동성 고갈을 피할 수 없다는 게 채권단의 공통된 인식이다.

이에 따라 STX조선은 산업은행이 관리하면서 인력 40% 이상 감축, 자산매각 등 고강도 자구계획과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수주로의 사업재편을 추진한다. 일부에서는 성동조선과 STX조선이 동시에 법정관리로 가면 조선 산업 전반의 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둘 중 한 곳만 법정관리를 택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동걸 회장 역시 “(STX조선의 강점인) 중소형 탱커 등의 수주를 받을 조선사가 당분간 존재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고강도 자구책 아래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산업은행은 STX조선 노사가 다음달 9일까지 자구계획 및 사업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원칙대로 처리해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다. 노사확약서를 제출해야 선별적인 수주가 가능하도록 선수금환급보증(RG)을 발급할 방침이다. STX조선에 대해서도 국민 혈세 투입에 대한 비판여론을 의식해 신규 자금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STX조선과 성동조선이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에 오르면서 중형 선박을 짓는 조선사 중 남는 곳은 대한조선 한 곳에 불과하다. 단기적으로 한국 조선 산업의 중형 선박 건조 역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하청업체와 여기에 포함된 인력 등에 대한 구제 노력 등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구조조정이 일단락되면 장기적으로는 경쟁력을 한층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노희영·김우보기자 nevermind@sedaily.com

/노희영·김우보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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