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해양조(000890)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작가 유시민(사진)씨를 사외이사로 영입해 화제가 됐다. 지난 1년간 유씨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 보해양조가 지난 8일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유씨는 지난해 총 22번 중에 6번 이사회에 참석해 2,910만원의 보수를 챙겼다. 회의 1회당 485만원이나 되는 금액에 대해 유씨는 “알아서 해석하라”며 “(고액 보수 논란에 대해) 내가 설명할 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사외이사의 역할과 보수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사외이사 4명에게 평균 8,765만원을 지급했다. 매달 1회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한 번의 회의에 약 725만원의 수당을 받은 셈이다. 그나마 이들 4명은 모든 회의에 참석해 출석률 100%를 기록했다. 모든 사안에 찬성표를 던져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을지언정 이사회 참석이란 기본 역할은 했다.
유씨처럼 이사회 참석이란 기본도 하지 않은 사외이사가 적지 않다. 현대차 사장을 지낸 이계안 전 국회의원은 2015년부터 삼기오토모티브(122350)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2015년 1,800만원, 2016년 1,700만원, 2017년 1,200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이사회 출석률은 2015년과 2016년에 4%와 5%에 그쳤지만 2년 임기를 마치고 지난해 3년간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지난해에는 그나마 출석률은 24%로 오르고 보수는 소폭 줄었다. 대한변호사협회장을 지낸 천기흥 법조윤리협의회 위원장은 코스피 상장사 혜인에서 지난해 이사회 2회 출석의 대가로 1,800만원을 수령했다.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사외이사에게 비용만 지불하는 경우도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텔레칩스(054450)는 유일한 사외이사인 시스코의 링크시스 CTO 출신 마틴 매니체는 지난해 단 한 번도 이사회에 나오지 않았지만 주식을 포함해 1억6,000만원이 넘는 돈을 챙겼다. 오텍(067170) 역시 단 한 번도 이사회에 얼굴을 내비치지 않은 장서일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에게 2,300만원을 지급했다. 일각에서는 사외이사가 회의에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한 것에 대해 유씨는 “특별히 참석할 사안이 아닌 경우가 있었다”며 “대출 연장 등 필요한 경우에만 회의에 나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사외이사의 역할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사회의 주된 역할은 경영을 감시하고 참여하는 데 있다”며 “굳이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그야말로 사외이사의 존재를 부정하고, 사외이사 제도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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