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부담은 고스란히 이를 이용하는 고객, 즉 국민들에게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화, 음식료 업계 등에선 요금을 인상하며 실적 악화에 따른 부담분을 상쇄하고 나섰다.
직격탄을 맞은 편의점과 택배 업종은 이미 눈높이를 낮췄음에도 1·4분기 ‘어닝쇼크’를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택배업계 압도적 1위를 질주하는 CJ대한통운(000120)은 지난해 6월 주가가 20만원에 육박하기도 했지만 지난 6일 현재 13만6,500원까지 내려 앉았다. 택배사업에서 차지하는 인건비 부문은 절대적이다. 택배물품을 상·하차 하는 인력에게 투입되는 비용은 올 들어 최저임금이 16.8% 늘어남에 따라 연간 3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해 CJ대한통운 택배사업 부문 영업이익(677억원)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신영증권은 CJ대한통운의 1·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1조6,909억원과 428억원으로 예상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이 6%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영업이익은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으로 16.2%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올해 6월 곤지암 터미널을 개장해 자동화 설비를 도입하고, 택배사업부문의 판가인상이 이뤄지면 최저임금 인상에 의한 비용 증가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KTB투자증권 역시 CJ대한통운에 대해 ‘걱정이 많은 상반기’라고 평가했다. 올해 1·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22.2% 늘어난 1조9,494억원을 예상했지만 영업이익은 신영증권과 같은 428억원을 전망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2018년 1월1일부로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전년 대비 16% 인상됐는데, 이에 따른 비용증가가 예상된다”며 “택배 부문에서만 연간 약 350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KTB투자증권은 기존 목표주가 16만원도 15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최저임금 인상 발표 이후 직격탄을 맞은 편의점 업종은 인건비 부담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CU와 GS25를 운영하는 BGF리테일(282330)과 GS리테일(007070)은 바닥을 면치 못하지만 편의점 외에 다른 분야에서 순항하는 이마트(139480)는 그나마 여건이 나은 편이다.
BGF리테일과 GS리테일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BGF리테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월 389억원에서 2월 368억원, 이달 들어 335억원까지 내려왔다. GS리테일 역시 1월 275억원을 기록한 영업이익 전망치가 이달 225억원으로 50억원이나 줄어든 상태다. 주가 흐름도 지지부진해 1인 가구 증가 및 내수 경기 활성화에 기대감으로 지난해 상반기 급등했던 이들 편의점주의 주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리막 행진 중이다.
삼성증권은 BGF리테일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9.2% 증가한 6조972억원을 기록하지만 영업이익은 5.8% 감소한 2,256억원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증가 요인 때문”이라며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지원금이 연간 350억원 추가되고, 지주사 전환 후 로열티와 임대료가 연간 약 130억원 추가될 것”으로 추산했다. 매출증가와 제품구성 개선을 통한 실적 개선 추세는 이어지겠으나 비용 증가를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마트24를 운영하는 이마트 역시 편의점 사업은 인건비 부담이 있지만 온라인 부문의 이마트몰이나 창고형 매장인 트레이더스 등 신사업이 순항해 영향을 적게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말하면 최저임금 인상이 발목을 잡지 않는다면 기업 가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CGCJV 역시 순항하는 해외 실적과 달리 국내 부문에서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증가효과로 이익 감소가 예상된다. 유안타증권은 이에 따라 목표주가를 기존 9만6,000원에서 8만8,000원으로 내렸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시장에선 최저임금 상승 이슈가 부담으로 작용하는 관계로 티켓가격 인상이 필요해진 시점”이라며 “국내 티켓가격 5%를 인상하면 인건비 부담이 헷지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의 전망대로 지난 6일 CJCGV는 오는 11일부터 장당 1,000원씩 영화표 가격을 올린다는 정책을 발표했다.
원화 강세에 따라 내수주가 주목받는 상황에 음식료주 역시 인건비 부담이 ‘눈엣가시’로 작용하고 있다. 신세계푸드와 CJ프레시웨이(051500)는 연간 70억원 안팎의 임금 증가가 예상된다. 지난해 신세계푸드가 308억원, CJ프레시웨이가 439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준이다. 이경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푸드에 대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 가능성 등으로 영업실적에 대한 불확실성이 잔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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