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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노사 임단협 잠정합의]협상 전면 나선 정부...'한국GM주식 차등감자' 줄다리기 시작됐다

GM본사 차입금 주식 전환땐

산은 영향력 사실상 사라져

지원 조건으로 차등감자 요구...5년후 철수막을 대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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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법정관리 신청 여부가 걸린 ‘2차 데드라인’인 23일 한 노조 관계자가 인천 부평공장 내 홍보관에서 전화통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GM 노사가 23일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큰 틀에 합의함에 따라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GM 본사를 상대로 한 협상의 플레이어가 노조에서 한국 정부와 산업은행으로 교체된 후 ‘2라운드’가 시작되는 셈이다.

◇우여곡절 끝 노사 합의=이날 인천 부평공장에서 열린 14차 교섭은 파행과 속행이 거듭될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오후5시까지 합의하지 못하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노조가 양보해야 한다”는 사측의 주장과 “장기적인 경영을 보장하라”는 노조의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실타래가 풀린 것은 핵심쟁점이었던 군산공장 잔여 근로자의 고용 해법을 찾으면서다. 사측은 기존에 제시했던 안 중 4년간 무급휴식을 철회하고 잔여 근로자 680명을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을 접수받은 후 남은 근로자에 대한 전환배치에 대해 논의하자고 제시했고 노조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감시한 1시간 전까지 공전을 거듭한 것은 복리후생비 중 자녀 대학 학자금 부분이었다. 사측은 3년간 자녀 대학 학자금을 유보하거나 폐지하자고 주장한 반면 노조는 “근로자에게만 희생을 강요하지 말고 경영진이 먼저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라”고 맞섰다. 경영진에 대한 차량 지원 및 유류비 지원부터 없애라는 것이다. 결국은 사측이 학자금 유보 안건을 철회하면서 노사는 지난 2월 처음 테이블에 마주 앉은 지 70일 만에 올해 임단협의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차등감자 놓고 줄다리기할 듯=향후 GM과 정부 및 산은 간 협상 과정에서는 GM이 보유한 한국GM 주식의 차등감자 여부가 ‘뜨거운 감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GM은 한국GM에 대한 차입금 2조9,700억원을 주식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 경우 17.02%의 지분율로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은은 지분율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회사에 대한 영향력이 사실상 사라진다.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자금 지원을 결정하기에 앞서 GM이 차등감자를 하는 것을 선결과제로 보고 있다. 최소 20대1의 차등감자를 하면 출자전환 이후에도 GM과 산은의 지분 비율이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 한국 정부가 강조하는 ‘대주주 책임론’에도 들어맞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차등감자는 GM 쪽에서 난색을 표하지만 꼭 넘어야 할 산 중 하나”라면서 “아마도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장 가용자금이 바닥에 근접한 만큼 단기 유동성 확충도 시급하다. 산은이 담보부 단기 브리지론 제공 의향을 밝혔으나 GM이 이를 거부한 바 있어 양측이 단기 자금 지원을 놓고도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 일단 GM은 이달 안에 5,000억원가량의 긴급 자금을 한국GM에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산은이 지분율만큼 긴급 자금 지원에 참여할지 주목된다.

GM이 산은에 오는 27일까지 요청했던 투자확약서(LOC)의 경우 이 회장이 LOC 발급은 어렵지만 실사 중간보고서가 만족스럽게 나오면 자금 지원에 대한 양해각서(MOU) 정도는 체결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던 만큼 27일께 MOU 체결도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일 나온 중간 실사보고서에는 한국GM이 최종 마련한 경영 정상화 계획을 실행하면 2020년 흑자전환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GM의 차등감자 의사와 한국에 대한 투자계획 및 신차 배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 MOU에 함께 담길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최종 실사 결과 이전가격이나 연구개발(R&D)비용 등을 놓고 한국GM의 경영 악화에 대한 책임 소재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일회계법인은 다음달 11일께 최종 실사보고서를 산은에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은 한국GM에 대한 신규 자금 지원(뉴 머니)과 관련해서는 지분율만큼 GM의 투자 방식과 동일한 형태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GM이 대출을 하면 산은도 대출을, GM이 증자할 경우 산은도 증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GM은 한국GM에 28억달러(약 3조원) 상당의 신규 투자계획을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인 투자 형태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산은도 지분율만큼 5,000억원을 신규 투자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외투지역 형평성, 5년 뒤 철수 방지책도 마련해야=GM 측이 요구하고 있는 부평공장과 창원공장에 대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GM 간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GM 측에 신차에 적용되는 새로운 기술과 고용창출 효과 등에 대해 좀 더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상황이다. GM은 공장 전체를 외투지역으로 지정해달라는 입장인 반면 산업부는 신규 투자가 적용되는 부분에 한정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외투지역 지정 시 역차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당장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인수한 쌍용자동차 역시 평택공장에 신차를 투입할 때마다 외투지역 지정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5년 뒤 GM의 철수를 막을 묘책을 찾는 것도 우리 정부의 과제로 남았다. GM은 한국GM에 대한 투자계획을 제시하면서 ‘향후 5년’이라는 기한을 명시했다. 신차 2종 배정과 차입금에 대한 출자전환 등의 조치가 5년짜리 시한부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 호주 시장에서의 철수 사례를 빗대 보면 GM 측이 5년 후 신규 투자 시점에 재차 정부와 산은을 끌어들이고 정부가 이를 거부하면 가차 없이 한국 시장을 떠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GM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평가하면 디자인과 연구개발 분야의 인건비가 디트로이트 본사보다 다소 저렴하다는 정도 말고는 없다”고 말했다.

/노희영·조민규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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