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보험 불완전판매를 근절하고 민원을 줄이기 위해 설계사의 모집과정에서 녹취 의무화를 검토하고 있어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설계사의 모집과정 녹취 제도 도입과 관련해 금융위원회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해외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 특히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CIRC)가 지난해 11월 도입한 녹취 제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IRC는 보험 판매시 발생하는 위법행위를 단속하고 판매 제도상 문제점 개선을 위해 녹취 제도를 도입, 판매 채널 및 판매 상품별로 녹음 및 녹화가 필요한 부분을 명시하고 보험 가입자에게 사전 고지할 것을 의무화했다. 일본 역시 일정 나이 이상 고령자에게 보험 상품을 판매할 경우 설계사의 모집과정을 녹취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험 업계에서는 현재 시행중인 ‘해피콜’ 제도에 대해서도 일부 소비자들이 불쾌해하는데 녹취까지 추진할 경우 가입자 유치가 한층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려한다. ‘해피콜’ 제도는 보험사들이 판매된 보험계약에 대해 고객에게 다시 한번 전화를 걸어 불완전판매 요소는 없었는지 확인하는 제도다. 특히 지난해 7월부터는 ‘예’, ‘아니오’로 대답을 요구하는 폐쇄형에서 능동적인 답을 할 수 있는 개방형 방식으로 바뀌었는데 소비자들이 “시험을 보는 것 같다”며 불쾌감과 거부감을 표출해 정상적인 해피콜이 진행되지 않은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6년 생명보험업계 기준으로 대면 신계약건수가 약 666만건에 달하는 등 보험 영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면서 “이 같은 규모를 감안할 때 녹취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세우고 녹취록을 보관·관리하는데 회사의 업무 및 비용 부담이 커지는 것은 물론 설계사들의 영업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설계사의 불완전판매 비율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보험업계는 주장한다. 실제로 지난 2014년 0.59%였던 불완전판매 비율은 지난해 0.17%까지 내려갔으며, 홈쇼핑(0.24%)이나 텔레마케팅(0.24%), 독립보험대리점(GA·0.38%) 등 다른 채널에 비해 낮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녹취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가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보험사와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보험사측에서 “판매 당시 녹음한 내용 등 불완전판매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라”고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녹취 제도가 의무화할 경우 소비자는 불완전판매의 피해를 입증하기가 한층 쉬워진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설계사 모집과정 녹취는 아직 검토 중인 단계로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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