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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Safe Korea] 관행이 된 '나 하나쯤'…안전불감증과의 전쟁 당장 시작해야

세월호 참사후 국가안전진단에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등 잇단 사고

이낙연 총리 "형식적인 진단 안돼"

점검 실명제 도입하고 책임 강화

정부·관련단체 지속적 투자 필수

안전산업 일자리 창출에도 한몫





지난 2016년 10월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에서 관광버스에 화재가 발생했다. 제한속도 80㎞ 도로에서 시속 108㎞로 끼어들기를 시도하다 콘크리트 방호벽을 들이받은 것이다. 이 사고로 10명이 죽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경부고속도로 회덕분기점에서 관광버스 전복사고로 4명이 사망했다. 옆 차량의 무리한 끼어들기를 피하려다 차량이 전복됐는데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은 일부 승객이 차창 밖으로 튕겨 나갔던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는 안전무시 관행의 백화점으로 꼽힌다. 건물 인근에 주차된 차량들로 소방차 진입이 지연되면서 화재 진압의 골든타임을 놓쳤다. 대부분의 사망자가 나온 2층 사우나에서는 비상구가 철제 선반으로 막혀 있고 출입통로는 창고로 사용 중이었다.

이처럼 안전불감증으로 사고가 일어났거나 대형으로 번진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나 하나쯤이면 규칙을 어겨도 어때’ ‘이 정도는 관행 아냐’라는 심리가 전체의 안전을 좀먹었다는 지적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조사한 데 따르면 조사대상 91개소 가운데 46개소에서 불법주차가 있었다. 스쿨존 내 불법 주정차 시에는 과태료가 가중 처벌되지만 “걸리면 돈 내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2016년 기준 어린이가 승차 중 교통사고 사망자 35명 가운데 37%가 안전띠 미착용이었다. 2012~2016년 건설현장 사고 사망자 1,830명 가운데 보호구 잘못 사용으로 인한 피해자가 331명, 관련 교육 미수자가 85명이나 됐다. 또 적지 않은 병원이나 백화점·극장 등은 보안을 이유로 비상구를 막아놓았다.

이런 사례들은 대부분 미연에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말로는 안전을 외치면서도 실제 비용이나 규제가 들어가면 이를 회피하는 이중적 잣대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대처도 미흡했다. 정부는 건물주 등 기득권층의 주장에 안전 관련 규제를 완화하며 시민들에게도 ‘안전규정은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줬다. 대표적인 것이 2015년부터 시작된 ‘국가안전대진단’이다. 의도는 전국 주요 시설 수십만곳을 일제히 점검해 안전사고를 미리 막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천·밀양 화재 등 잇단 안전사고로 이어졌다. 안전대진단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말은 대진단이지만 사실상 건물주가 ‘셀프 점검’하고 정부는 적당히 신고받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올해 국가안전대진단을 앞두고 이낙연 국무총리는 “과거처럼 형식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다. 총리가 되기 전 전남도지사라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 실무를 직접 진행한 이 총리로서는 과거 상황이 어떠했는지 잘 인지하고 있었다고 전해졌다. 올해 2018년 국가안전대진단에서 정부는 처음 ‘점검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점검자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화재 참사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의 경우 8층 건물의 가연성 외장재를 불연성 자재로 바꾸는 데 드는 돈은 6,600만원 남짓이었다”며 “29명의 인명피해와 수십억원의 수습비용을 생각하면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원호 광운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안전무시 행위에 대한 근절 노력은 과거 정권 때도 마찬가지로 있었는데 하다 말고 하니 이제는 아예 관행으로 굳어졌다”이라며 “정부와 관련 단체들이 강력하고 지속적으로 끈기있게 진행해야만 변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관이 모두 전쟁을 한다는 각오로 안전불감증과 겨뤄야 한다는 의미다.

한편 안전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무궁무진한 시장과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정부는 구명조끼의 경량화 및 위치추적 가능하도록 기술개발을 추진 중인데 이를 통해 국민안전 확보와 함께 수출도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재난안전산업 관련 기업은 총 4만9,700여곳인데 70%는 연매출 10억원 미만인 영세업체다. 안전산업이 낙후돼 있는 만큼 거꾸로 성장 가능성이 큰 것이다. 기후변화 등 크고 작은 재난 발생으로 전 세계 재난안전 산업은 앞으로 5년간 평균 8%씩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안전산업 분야의 한 관계자는 “첨단 안전산업이 사회를 튼튼하게 하고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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