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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삼성 때리기]'1등주의 문화'가 논란 키워...국민 마음 얻으려면 삼성도 변해야

시대정신 반영 미흡, 전향적 조직문화 절실

오너·전문경영인 체제 조합도 더 고민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이 2013년 5월31일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서 나란히 앉아 있다. /연합뉴스




올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시장에서는 이 부회장이 조만간 ‘제3의 창업’을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1988년 3월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제2의 창업’을 선언했듯이 이 부회장도 비슷한 행보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역으로 보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이지만 한때는 자랑이었던 무노조 경영에서부터 지나친 규율 중심 조직문화, 기업 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에 이르기까지 숱한 과제가 놓여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삼성으로서는) 안에서 보는 삼성과 밖에서는 보는 삼성의 간극을 줄이려는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며 “한 차원 높은 수준의 사회 공헌 활동과 주주친화정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고 기업 문화도 더 개방적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 부회장이 재판 과정에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 싶다는 말을 누누이 하지 않았느냐”며 “4차 산업혁명의 파고 속에서 조직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험로가 예상되지만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한 통과의례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리의 삼성 이면에 움튼 완벽주의 문화 개선해야=‘삼성맨’은 흔히 독일 보병 부대에 비견된다.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고 일사불란하다는 얘기다. 강한 구심점을 바탕으로 추진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조직문화가 완벽지향이다 보니 무리수를 두기 쉽다. 1등에 취해 주위 고견에 둔감할 수 있는 탓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대표적 예다. 삼성 내에는 현재 10개(2개는 복수노조)의 노조가 있지만 가입 인원이 적어 조직 대표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런 맥락에서 최근 삼성전자서비스가 8,000여명의 협력업체 직원을 정규직으로 받아들이며 노조를 허용한 것은 변화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고의 기업 중 하나라는 삼성이 노조에 적대적이라는 사실은 복수노조까지 허용하는 시대 흐름과 맞지 않는다”며 “어느 순간부터인가 최고라는 자만으로 겸손하지 못했기에 시대 정신을 외면하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1등주의 문화는 지나친 규율과 통제의 동의어기도 하다. 조직의 피로도를 키우는 것에서 더 나가 자칫 잘못된 의사 결정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한 전자 업계의 임원은 “(경직된 조직문화는)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제품과 방식을 개발하는 창의적 리더가 탄생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처럼 오너의 입김이 강한 기업 문화에서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과거 외환위기 시절 시장점유율 50%에 달하던 진로가 부도나고 수년 전 금호그룹이 대한통운과 대우건설 인수에 나섰다 낭패를 본 것도 총수의 잘못된 판단이 문제였다. 브레이크가 걸리는 조직이 되려면 언로가 더 열려야 한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체제 조합 더 고민해야=한국의 재벌은 변곡점에 놓여 있다. 압축성장을 통해 기업을 키웠지만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부작용 또한 커졌다. 무엇보다 창업 3~4세대로 내려오면서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는 시대적 요구에 직면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 지배구조를 대거 손보는 상법 개정안마저 내놓았다. 삼성도 이런 과정에서 변화를 모색해왔다. 순환출자 고리는 삼성SDI의 삼성물산 주식 처분으로 4개로 줄였다. 이사회 경영도 대거 강화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했고 사측의 사외이사 추천권을 없앴다. 삼성물산은 글로벌 기업의 전문경영인을 사외이사로 영입했다. 원인이야 어찌 됐든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변화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삼성 내부적으로는 지배구조에 대한 언급은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지배구조에 정답이 없다는 점도 강조한다. 오너 체제 개혁을 삼성 개혁의 본질적 문제로 보는 시각에 거부감이 크다. 눈앞의 실적은 별개로 두더라도 큰 그림을 그리며 그룹을 끌고 나가는 데는 오너 체제가 더 낫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강력한 카리스마에 의존한 과거 세대와는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은 여전히 곱씹을 만하다. 장세진 KAIST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 부회장이 소프트웨어와 글로벌 경영 역량을 키우는 데 아버지 시절보다 더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계열 회사들은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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