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송유관, 내달부터 對美수출 중단]유정용강관 등 철강재 대부분 쿼터 코앞...반년간 공장 놀릴 판

제한된 쿼터 놓고 수출경쟁 격화

상반기부터 미국에 물량 쏟아내

송유관 지난달까지 70% 채워

세관 창고 보관 비용도 적잖아

업체들 "배 돌려야 하나" 발동동





“이제 시작일 뿐입니다. 5월 말이면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터져 나올 겁니다.”

철강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이 일부 한국산 철강재에 수출 금지 통보를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이렇게 말했다. CBP가 3일 기준 쿼터를 채운 9개 품목은 미국으로 수출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가운데 쿼터를 코앞에 둔 다른 철강재들도 조만간 수출길이 틀어막힐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었다.

국내 철강업계는 자국 철강업체를 감싸고 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또다시 뒤통수를 맞았다고 분개한다. 애초 업계는 미국이 5월부터 수출 물량을 집계할 것으로 예상했다. 무역확장법 232조(국가 안보를 명목으로 수입을 제재하는 조치)에 따라 모든 수입산 철강재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이 5월1일이었기 때문이다. 철강업체들은 5월이면 쿼터에 얽매이게 되는 만큼 가능한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해 올 초부터 수출 규모를 늘려왔다. 강관업계는 특히 민감하게 반응해왔다. 추가 관세를 내지 않는 대신 지난해 수출 물량의 절반 수준(104만톤)만 수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강관업체는 지난 3년 중 최대 수출량을 기록했던 지난해 수준으로 물량을 쏟아냈다. 하지만 미국이 1일 예상을 뒤집고 집계 시점을 1월로 앞당긴다고 발표하면서 한국은 쿼터를 조기에 소진할 위기에 처했다.

당초 5월로 수출 물량을 집계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1월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해 연초부터 물량을 쏟아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하지만 제한된 물량을 놓고 업체 간 수출 경쟁이 붙으면서 이 같은 목소리는 묵살당했다. 연초부터 물량을 쏟아낸 업체 탓에 한국에 주어진 쿼터가 다 차버리면 수출을 자제했던 업체만 손해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앞선 탓이다. 한 강관업체 고위 관계자는 “만에 하나 미국이 1월부터 수출량을 집계해 하반기 수출이 막히더라도 일단 미국으로 물량을 빼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며 “제 살길만 찾으려는 업체들이 일단 물량을 미국에 쏟아내는 터에 쿼터가 다 차버리면 수출을 자제했던 업체만 바보 되는 꼴”이었다고 토로했다.



컨트롤타워마저 제 기능을 못 하면서 수출 경쟁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정부는 미국이 수출 집계일을 1월로 당겨 잡겠다는 발표 직전까지 5월부터 물량을 집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한국산 철강재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트럼프 정부의 셈법과 강관업계의 조바심 등이 맞물리면서 강관업계에 드리운 먹구름은 짙어져만 갔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당장 지난해 기준 4,500억원어치를 미국에 팔았던 송유관 수출에 적색등이 켜졌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진단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현황 파악에 나섰으나 결과는 암담했다. 4월까지만 하더라도 쿼터의 70%에 달하는 물량이 미국으로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는 현재 생산 중인 물량이 미국에 도착하는 6월 초면 사실상 송유관 쿼터를 다 채울 것으로 보고 있다. 송유관과 함께 대표 강관 수출품으로 꼽히던 유정용 강관 수출 상황도 좋지 않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드러나진 않았지만 송유관보다 유정용 강관의 쿼터가 더 임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만 1조8,000억원어치 물량을 미국에 팔았던 강관업계가 한 해 절반도 지나기 전에 공장 불을 끌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당장 일부 업체는 배를 돌리는 방안까지 고민하는 실정이다. 이달 초 떠나보낸 배에 실었던 물량까지 더하면 자칫 업체에 할당될 쿼터를 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강관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이미 한국을 떠난 물량은 어떻게든 미국에 들여보내겠다고 하지만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라며 “쿼터에 막히면 일단 현지 세관 창고에라도 쌓아둘까 했으나 보관 비용 등이 적지 않아 배를 돌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에 보낸 물량을 처리하는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대미 수출길이 막힌 다음달부터 공장 가동률 추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강관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지금 추세라면 6월부터 강관업체 대부분이 올해 대미 수출은 포기해야 한다”며 “생산라인을 멈췄다가 쿼터가 초기화되는 내년 1월에나 맞춰 재가동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