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상황실에 조난 신호가 접수되자 무인 비행선인 ‘스카이십’이 출동해 탐색 솔루션 ‘스카이스캔’으로 조난자의 위치를 찾아낸다. 이후 스카이십에 실려 있던 드론이 출동해 조난자의 신원을 확인하고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 비상의약품 등을 전달한 뒤 연막탄을 쏘아 올려 정확한 위치를 알린다. 함께 출동한 로봇이 구조자에 필요한 사전 조치를 하는 사이 구조대가 도착해 증강현실(AR) 안경을 쓰고 조난자를 관찰한다. 조난지역과 약 100km 이상 떨어진 외상센터에서는 현장에서 전송된 AR 화면에 담긴 환자의 상태를 보고 실시간 응급조치 방법을 알려준다.
얼핏 공상과학(SF)에 등장할 것 같은 이야기 같지만 이르면 2년 뒤 현실화될 구조현장의 모습이다. KT(030200)는 25일 강원도 KT그룹 원주연수원에서 재난안전망인 ‘스카이십(Skyship)’ 플랫폼을 공개했다. 스카이십 플랫폼은 무인 비행선인 ‘스카이십’을 비롯해 이동형 원격 관제센터인 스카이십 C3(Command, Control & Communication Station) 스테이션, 원격 제어 드론과 로봇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플랫폼의 핵심은 KT가 개발한 ‘스카이십2’로 ‘하늘 위 구조본부’ 역할을 한다. 헬륨 가스를 채운 몸체(길이 10m, 높이 3m)에 프로펠러·고해상도 열화상 카메라·통신 모듈 등을 탑재했고, 하단에는 조난자 탐색 장비(스카이스캔)와 드론을 실은 트렁크를 장착했다. 최대 풍속 초당 13m의 바람을 견디고 최대 시속 80km로 6시간 비행이 가능하며 드론 2기를 탑재할 수 있다. KT는 오는 2020년에는 12시간 비행이 가능하고 최대 100km의 속도를 낼 수 있는 ‘스카이십3’를 내놓을 계획이다.
스카이십2는 초소형 LTE 장비를 이용해 조난자를 파악한다. 조난자 휴대전화 신호를 통신사 데이터와 연동하면 이름과 나이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의료기록과 연동하면 혈액형이나 병력 등의 정보를 의료기관에 전달할 수 있어 신속하고 정확한 응급조치가 가능하다. 스카이십은 반경 25km를 탐색할 수 있고 운행시간도 길어 드론과 연동할 경우 탐색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
스카이십은 5톤 트럭을 개조한 이동형 관제센터인 C3 스테이션에서 운행이 통제된다. C3스테이션 내부에는 9개의 모니터가 설치돼 스카이십의 상태 및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번에 함께 공개된 스카이십 로봇은 위성항법장치(GPS)와 카메라가 탑재됐으며 음성으로 각종 비상조치 방법을 알려준다. KT는 향후 해당 로봇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관제센터 명령 없이도 스스로 작동이 가능토록 할 계획이다.
한편 이날 시연에 참석한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는 원격으로 “조난자의 호흡 상태 등을 알려달라”며 응급 조치 방안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 교수는 시연 직후 “이 같은 응급조치 방식이 이론적으로만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 시연해보니 잘 작동돼 의료현장에서 이용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스카이십 플랫폼을 오는 2020년에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드론이나 개인 관련 빅데이터, 원격 의료 등에 대한 규제를 넘어야 하는 점은 과제다. 또 재난안전망의 효율은 5G 상용화 이후에 극대화되는데 5G가 대부분 지역에 깔리기 위해서는 2년 이상이 걸린다. 5G는 반응속도가 0.001초에 불과해 각종 재난 신호 탐지를 빠르게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원격 응급조치 또한 실시간으로 가능케 해준다. KT는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전국 단일 재난안전통신망 구축에 1조7,000여 억원의 예산을 투입키로 한 만큼 관련 사업도 수주한다는 방침이다. 오성목 KT 네트워크 부문장은 “KT는 68만km에 달하는 광케이블 외에 기지국 3,849개, 마이크로웨이브 통신망, 5개의 위성통신망 등을 갖추고 있어 재난안전망 구축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며 “5G의 사업적 측면을 기업간(B2B) 모델에서 많이 찾고 있는데 이번 스카이십 플랫폼으로 각 지자체나 정부의 수요를 이끌어 내겠다”고 밝혔다.
/원주=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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