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생산직 인재의 산실인 기술교육원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조선사의 채용역량 부족과 취업준비생의 조선업 기피 현상이 맞물린 탓이다. 업황이 완전히 반등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 등 경쟁국의 추격으로 흔들리는 국내 조선업의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분석이다.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기술교육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육생을 선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교육생은 210명에 불과하다. 조선업 호황기였던 지난 2008년 당시(4,100명)보다 95% 가까이 줄어든 수치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지원자가 많지 않은 상황이라 당분간 모집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은 올해 모집에 나서기는 했으나 지원자 수가 100명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조선 3사는 산하에 기술교육원을 두고 조선 관련 제작기술을 가르치면서 젊은 피를 수혈해왔다. 교육생은 정부 지원까지 받는데다 수료 후 각 조선사가 채용을 알선해 조선업계 생산직의 ‘등용문’으로 통했다.
기술교육원이 유명무실해진 것은 조선업 불황 시기와 맞물린다. 일감 부족으로 대규모 채용 여력이 없어진 빅 3는 대신 사내 하청업체 취업 알선에 나섰지만 폐업 위기에 몰린 협력업체에 지원하는 청년들은 줄어만 갔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에 대한 의구심이 커 교육원을 수료하고도 육상 플랜트 업체로 발을 돌리는 교육생이 있어 실제 조선소로 향하는 인력은 더 적을 것”이라며 “숙련공 확보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데 새 피가 끊기면서 조선업의 근간이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