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서비스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 불릴 정도로 수익 기반이 안정적이다. 하지만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통신망을 바탕으로 글로벌 정보기술(IT) 생태계를 주도하면서 통신 사업자들도 탈바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10여년 전부터 끊이지 않는다. 실제 미국 통신사 AT&T가 최근 타임워너를 인수하며 미디어 시장에 진출한데 이어 온라인 광고 플랫폼 업체인 앱넥서스까지 인수하는 등 통신 업체들이 새로운 시장 흐름에 적응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내 1위 통신 사업자인 SK텔레콤 또한 통신을 넘어 종합 정보통신기술(ICT)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각종 융합서비스를 시도하는 한편 한발 빠른 인수합병(M&A) 전략을 통해 ICT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의 최근 행보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문은 ‘새로운 ICT(New ICT)’ 기술 도입을 통한 자체 경쟁력 강화다. 가장 대표적인 분야가 인공지능(AI)이다. SK텔레콤은 지난 2016년 음성인식 AI스피커 ‘누구(NUGU)’를 출시하고 지난해에는 AI 사업단을 출범시키며 ‘SK텔레콤이 하면 AI도 다르다’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월 애플 ‘시리’의 음성인식팀장을 역임하고 애플의 AI스피커 ‘홈팟’ 개발을 총괄했던 김윤 박사를 AI리서치센터장으로 선임하는 등 경쟁사 대비 공격적 행보가 눈에 띈다는 평가다.
자율주행차 역시 SK텔레콤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다. SK텔레콤은 올 초 글로벌 지도서비스 기업인 ‘히어(HERE)’와 협력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지난 5월에는 유럽 · 중국 · 일본 등의 초정밀 지도 대표 기업들과 세계 표준 고화질(HD) 지도 서비스 출시를 위한 ‘원맵 얼라이언스(OneMap Alliance)’를 결성했다. 또 지난 2월에는 화성 자율주행 실험도시인 ‘케이시티(K-City)’에서 2대의 5G자율주행차가 교통 정보를 주고받는 ‘협력 운행’을 세계 최초로 시연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SK텔레콤 측은 인공지능 ‘누구’가 자율주행차에 탑재될 경우 서비스간 시너지가 엄청날 것으로 보고 있다.
SK텔레콤은 이 같은 융합 서비스를 위해서는 ‘보안’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라 판단하고 원천적으로 해킹이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월 세계 1위 양자암호통신 기업인 스위스의 IDQ를 인수한데 이어 양자키분배(QKD) 및 양자난수생성기(QRNG)와 같은 기기를 생산하며 보안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ICT 업계에서는 인텔, IBM,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개발 중인 양자컴퓨터가 수년 내 상용화될 경우 기존 통신망의 암호체계 해킹이 가능해져 양자암호통신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M&A 전문가’로 불리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체제 이후 타사와의 협력 강화와 공격적 M&A 기반의 시장 확대 전략도 주목할만 하다. 우선 SK텔레콤은 올해 내로 SM엔터·JYP엔터·빅히트엔터 등과 손잡고 신규 음악 플랫폼을 내놓을 방침이다. 한류 콘텐츠를 활용해 국내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 진출까지 꾀하고 있다. 또 해당 음악플랫폼에 AI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개인 맞춤형 음악서비스를 선보이는 한편 차량용 인포테이먼트 서비스와의 결합도 추진한다.
보안업체인 ADT캡스 인수를 통해 영상보안기술이나 사물인터넷(IoT) 등에 적용될 보안 시장 개척 또한 눈에 띈다. SK텔레콤은 열감지센서나 AI 등을 활용해 보안 관리자보다 한발 빠른 상황 대처가 가능한 서비스를 바탕으로 보안 분야도 또 하나의 성장 축으로 만들어나간다는 방침이다.
자회사인 11번가를 ‘한국의 아마존’으로 키우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다. 최근 11번가에 5,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한편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자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또 국내 편의점 1위인 ‘CU’의 투자회사인 BGF와 전략적 제휴를 강화해 유통 전 과정에서 차별화된 ICT 기술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신규 시장에도 발을 내딛는다. 이를 통해 SK텔레콤의 AI ‘누구’가 편의점에서 고객을 응대하고 생체 인식 및 영상 보안 등으로 고객을 인지하는 한편 스마트 선반 등 기술로 재고 관리가 가능토록 하는 첨단 편의점을 선보일 계획이다. SK텔레콤은 또 손자회사인 ‘헬로네이처’를 합작 법인으로 전환해 프리미엄 신선식품 시장의 1위 자리에 오르겠다는 방침이다. 아마존이 미국의 신선식품 업체인 ‘홀푸드’를 인수해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한 방식과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이 같은 미래 성장전략의 핵심은 내년 3월 상용화 예정인 5G가 될 전망이다. 5G는 현재 LTE보다 20배 가량 빠르고 반응속도가 0.001초에 불과해 자율주행차 운영에 핵심 인프라로 손꼽힌다. SK텔레콤은 5G에서 사용될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콘텐츠 등을 확보하는 한편 자율주행차 등의 사업 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통신 영역이 대폭 확대되는 흐름 속에 SK텔레콤이 종합 ICT 기업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라며 “ICT 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한편 자체 기술 역량을 키워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