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가 ‘즉석죽’에 주목하고 있다. 섭취는 간편하지만 조리하는 데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죽은 예로부터 불편한 속을 다스리는 환자 영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아침 식사나 다이어트, 해장, 영양보충 등 다양한 이유로 죽을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죽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즉석죽 시장은 2014년에서 2016년까지 2년간 57.7% 성장했으며 올해 시장규모도 75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 양반죽·오뚜기죽·아침엔본죽 … 3파전 구도 형성 = 동원F&B는 지난 1992년 ‘양반 참치죽’을 선보이며 국내 최초로 상품죽 시장을 열었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는 동원F&B가 즉석죽 시장을 독점해오다 CJ·농심·하림·오뚜기 등에서 즉석죽을 출시하고 경쟁 구도를 형성했다. 현재는 양반죽과 오뚜기죽만이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2년 프랜차이즈 죽 전문점 ‘본죽’을 운영하는 본아이에프에서 출시한 즉석죽 ‘아침엔본죽’이 소개되며 즉석죽 시장은 삼파전으로 함축됐다.
특히 후발주자인 본아이에프의 아침엔본죽은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냉장죽’을 내세워 상온보관이 주를 이루던 즉석죽 시장에 새로운 경쟁의 시작을 알렸다. 신선함 그리고 지난 10여 년 간 1,500개 본죽 매장을 운영하며 얻게 된 노하우를 무기로 아침엔본죽은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1,100만 개 이상 판매되며 즉석죽 시장의 신흥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1분마다 4개가 팔려나간 속도다. 야채죽이나 쇠고기죽 등 기본죽 외에도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화끈 짬뽕죽’이나 ‘미미죽(주꾸미미나리죽)’ 등의 프리미엄 신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홈쇼핑에서도 연일 완판 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다.
◇식사 대용에서 이유식·실버식까지 무한 확장 =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2013년 427억 원 규모이던 국내 이유식 시장은 2016년 약 513억 원 규모로 성장했다. 온라인 시장까지 포함하면 약 1,000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추산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간한 ‘고령친화식품 시장에 대한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친화식품 시장 규모 또한 2015년 기준 7,903억 원으로 4년 전보다 54.5% 급증하는 등 시장 규모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바로 즉석죽이다. 씹고 소화하기에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실제로 단순한 한 끼 대용식, 간편식으로 제품을 판매해 온 즉석죽 업계는 최근 들어 다이어트식이나 이유식, 실버식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본아이에프는 변화된 니즈에 발맞춰 생활속 언제 어디서나 제품을 즐길 수 있도록 형태를 다양화하고 있다. 우선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를 위한 저칼로리 짜먹는 죽 ‘본죽 밀타임’을 출시해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본죽 밀타임은 캡이 부작된 스파우트 파우치 포장으로 별도 도구 없이 음료처럼 섭취할 수 있으며, 한 팩에 100㎉ 미만으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또 남녀노소 누구나 익숙한 식재료인 ‘밤’과 ‘고구마’를 주재료로 사용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또한 이유식 브랜드 순수본을 론칭, 생산 및 판매에 돌입했다. 베이비본을 시작으로 유아식 브랜드 ‘키즈본’, 실버 푸드 브랜드 ‘실버본’, 환자식 브랜드 ‘닥터본’ 등 유동식으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제품을 순차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이러한 제품들은 공식 온라인몰을 포함해 홈쇼핑과 편의점 등 다양한 유통채널에서 선보이며 소비자 접점도 늘리고 있다.
◇ 설비 투자 경쟁 돌입한 즉석죽 업계= 빠르게 성장하는 즉석죽 시장을 잡기 위해 업계는 설비 투자 경쟁에 돌입했다. 동원F&B는 최근 대규모 투자를 통해 3,000평 규모의 죽 전문 생산시설을 동원F&B 광주공장 내에 준공하고 2020년까지 매출 2,000억 원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제품죽 업그레이드에 나섰다. 죽 제조에 필요한 쌀 품종을 고품질로 변경했으며, 설비도 개선했다.
본아이에프는 지난해 자회사인 순수본을 설립하고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3만3,000㎡ 부지를 매입해 지난 4월에는 유동식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본라이프푸드랩을 완공한 바 있다. 순수본측은 유동식 개발 및 생산 판매만을 통해 2025년까지 매출 1,000억 원 달성 목표를 밝혔다.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는 “주특기인 죽 메뉴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죽 시장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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