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정보기술(IT)주를 바탕으로 분명한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역분쟁, 신흥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한국 증시를 과도하게 끌어내렸다는 인식이 확산된 가운데 미국 증시의 훈훈한 온기가 흘러들어오는 분위기다. 27일 코스닥지수는 외국인의 순매수 기조를 등에 업고 한 달 보름 만에 8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지수도 반도체주의 상승세에 힘입어 장중 2,300선을 확인했다. 이날 시장에는 점진적 금리 인상 계획을 재확인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안도감을 준 가운데 반도체주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분석이 호응을 얻었다. IT주를 선두로 시장 반등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보다 0.27% 상승한 2,299.30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 2,302선까지 올라섰지만 장 마감 직전 개인투자자들의 매물이 나오며 2,300 아래로 다시 밀렸다.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장중이나마 2,3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9일 이후 11거래일 만이다. 코스닥지수는 0.35% 오른 801.04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는 속도는 더디지만 최근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 마감하며 반등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으로 상승 마감한 것은 1년여 만에 처음이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투자가들도 최근 5일 연속으로 순매수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가들이 순매수한 금액은 8,035억원에 이른다. 이날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종이 가격이 아닌 규모의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는 분석이 눈길을 끌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D램은 과거 2년간의 가격 상승 사이클을 지나 이제는 규모 증가에 따른 호황 사이클로 이동할 것”이라며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로 유지했다. 머신러닝·빅데이터 등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해야 하는 기술 도입이 확대되면서 D램 사용량이 구조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D램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반도체주가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반도체의 시장 규모가 오는 2022년까지 연평균 6%의 성장률을 꾸준히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다면 그동안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던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의 반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1일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 5만7,220원)를 기록한 후 약 12% 하락한 상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5월25일 최고가(9만5,300원)를 찍은 후 12.3% 하락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지금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앞으로의 이익이 3·4분기 대비 절반 또는 3분의1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미리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며 “하지만 양사가 D램 시장을 완전히 뒤바꿔놓을 고대역폭 메모리(HBM) 생산을 늘릴 것이라는 점, 이를 통해 인공지능(AI) 시장 성장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고 중국 후발주자들에 대한 선제적인 방어가 가능할 것이라는 점 등을 감안하면 D램 생산 업체들은 D램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주가 상승의 기회를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시장 전체 분위기도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무역분쟁, 신흥국 위기 등에 대한 악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희석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신흥국 전반에 부담을 줬던 달러 강세가 진정되면서 비관적인 시각이 덜해졌다”며 “무역분쟁, 신흥국 통화 위기 같은 기존 악재로 더 이상 증시가 하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직 대내외적 여건이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앞으로 반등이 이뤄진다 해도 기술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무역분쟁, 신흥국 문제가 재점화되지 않는 이상 원·달러 환율 안정을 기반으로 한 코스피지수의 반등 시도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금융당국도 시장이 안도할 만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심포지엄 연설에서 “임금·고용이 탄탄하게 성장하는 상황에서는 점진적이고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적절하다”며 비둘기파적인 의견을 밝혔고 이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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