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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주이전기업'이 아니라 '제주 기업'이라고 불러주길 바라"

수도권에서 제주도로 이전한

한국비엠아이와 피엔아이컴퍼니

기업유치정책·근무환경·지역특성 등 살려

제주향토강소기업으로 선정되기도

인프라 부족 등은 해결해야 할 문제

2004년 다음(현 카카오)이 대형 IT업체 중에서 처음으로 입주한 이후, 제주도는 관광지뿐 아니라 벤처기업이 입주하기 좋은 곳 중 하나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에 부합하듯 제주도는 2010년 제주테크노파크를 열고, 2015년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소하며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나섰다.

한국비엠아이와 피엔아이컴퍼니(242350)는 원래 수도권에 있다가 제주도로 이전한 기업들이다. 이들은 벤처기업 지원정책이 우수하고, 근무환경이 쾌적하다는 점을 제주도의 장점으로 꼽는다. 물론 다른 지역에 비해 인프라가 아직 미비하고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는 점 등 애로사항도 있지만, 두 기업은 제주도 향토강소기업으로 선정되는 등 현지에 무사히 정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제주도의 대표 제약사로 인정받았지만, 인프라 부족한 건 아쉬워

한국비엠아이는 제주도에 입주한 유일한 제약사다. 2005년 설립 이후 1년 만에 벤처기업인증을 받고 그 다음해인 2007년엔 동남아시아와 중동, 라틴아메리카로 수출을 시작했다. 그러나 식약처에서 제약업체 규제가 강화되면서 제조설비 확대를 고민해야 했던 한국비엠아이는 2009년 제주도 첨단기술과학단지로 본사를 옮기기로 결정했다.

제주도 한국비엠아이 본사 전경./사진제공=한국비엠아이




제주도를 택한 일차적인 이유는 기업유치 정책 때문이었다. 한국비엠아이 관계자는 “국토부 관련부서에서 이전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도움을 줬으며, 지자체에서도 자금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했다”며 “제주도가 가장 많은 지원을 약속한 지자체였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몇 안되는 바이오 기업으로서 국립대인 제주대학교에서 양성한 바이오 인력들을 선점할 수 있다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제주도내에서 현장인력을 수급하기 힘든 건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한국비엠아이의 경우 제조업체이기 때문에 고졸·전문대졸 수준의 인력을 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주 지역 전문대나 전문계고엔 바이오·식품 분야 관련 교육과정이 적어 구직자와 인력수요 사이의 미스매치가 종종 발생한다.

다른 지역에 비해 바이오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비교열세다. 국내 바이오업체가 다수 모여 있는 오송생명과학단지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 바이오산업 관련 애로사항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만, 제주도의 경우 관련 분쟁이나 전문 인력이 비교적 적다는 뜻이다. 대형 공구상가가 미비해 설비유지보수나 소모품 교체 등이 즉각적으로 이뤄지기 힘든 건 특히 안타까운 점이다.

그럼에도 한국비엠아이는 제주도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제주도로 이전한 당해엔 2009년엔 연매출이 81억원이었지만 2012년엔 1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엔 417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에는 제주 향토강소기업 육성 대상자로 선정하기도 했다. 한국비엠아이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95%가 제주 직원”이라며 “늘 제주이전기업이라고 얘기를 들어왔지만, 저희가 한 10년을 제주에 정착했기 때문에 ‘제주 기업’으로 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도라는 지리적 이점 이용해 VR 사업 확장해



3D 애니메이션과 가상현실(VR)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피엔아이컴퍼니는 2004년 피엔아이시스템으로 시작했다. 업력 5년 사이에 벤처기업, 이노비즈, 메인비즈 등을 받으며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그러다 2011년 피엔아이컴퍼니는 제주도로 본사를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주된 이유는 근무환경이었다. 특히 주력 사업인 애니메이션은 물론이고 신규 사업인 VR까지 외형을 키울 예정이던 피엔아이컴퍼니 입장에선 제주도라는 공간이 창의성을 높이기에 적격이었다. 피엔아이컴퍼니 관계자는 “당시 여러 곳을 고민했지만, 제주도에서 일을 하면 아이디어 활동이 훨씬 원활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기업 이전 이후 피엔아이컴퍼니는 가상현실(VR)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VR 콘텐츠는 물론이고 장비, 인터랙션(VR 콘텐츠와 장비 사이의 상호작용) 기술까지 개발했다. 2016년엔 로봇 시뮬레이션 기업 오토빌도 합병하며 모든 VR 업체의 ‘난점’인 하드웨어·콘텐츠,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인터랙션(상호작용)까지 원스톱으로 구현할 기반을 마련했다.

VR 사업을 시험하기에 제주도만큼 좋은 공간도 없었다. 제주도내 테마파크인 신화월드에 VR존을 운영하고, 제주 산방산에 가상의 롤러코스터를 구현한 ‘산방산 롤러코스터’와 제주 지질공원을 드론으로 여행하는 콘셉트의 ‘제주 바람을 타다’ 등 제주도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VR 콘텐츠·플랫폼을 통해 수익을 거뒀다. 특히 제주수목원에는 카카오와 합작해 ‘PlayboxVR with 카카오’라는 VR존을 조성하기도 했다. 카카오는 피엔아이컴퍼니와 이웃하고 있는 IT기업이기도 하다.

피엔아이컴퍼니가 카카오와 함께 제주수목원에 조성한 ‘PlayboxVR with 카카오’에서 방문객들이 VR 게임을 하며 가상 표적에 총을 겨누고 있다./사진제공=피엔아이컴퍼니


본업인 3D애니메이션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공중파에서 방영된 유아용 TV시리즈 ‘모두모두쇼’, ‘리틀스톤즈’, ‘꼬마농부라비’ 등이 제주도에서 나왔다. 이 영향으로 피엔아이컴퍼니의 매출액은 2015년 41억원에서 2017년 70억원으로 늘었다.

배경엔 ‘창의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자는 경영철학이 있었다. 근무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면서 월요일 출근 늦게 하기, 일주일 중 하루 퇴근 일찍 하기 등의 내부 정책이 마련됐다. 아울러 제주 직원과 타지 직원 사이에도 큰 마찰이 없는 편이라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섬으로 따로 떨어져 있다는 제주도 특성상, 제주 이전 기업들은 대체로 다른 지역 출신 직원들에게 정기적으로 항공편이나 숙소비를 제공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내륙에서 제주로 오는 직원이 있을 경우 회사에서 이사비를 일부 지원하지만, 제주 출신 직원들은 오히려 이들을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비엠아이처럼 피엔아이컴퍼니도 2015년 제주 향토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제주도에 위치한 피엔아이컴퍼니 본사 전경./사진제공=피엔아이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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