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이 가장 먼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테마는 철도·건설과 금강산 관광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발표한 평양공동선언에 따르면 올해 내로 동·서해선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이 열릴 예정이다. 특히 강릉에서 제진을 연결하는 104.6㎞의 동해선 철도 건설사업이 가장 먼저 시작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현대로템(064350)·다원시스(068240) 등의 철도주와 현대건설(000720)·남광토건(001260) 등 건설주가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평양공동선언에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사업 우선 정상화, 서해경제공동특구·동해관광공동특구 조성 협의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개성공단 관련주는 신원(009270)·좋은사람들(033340)·인디에프(014990)·제이에스티나(026040), 금강산관광 관련주로는 현대엘리베이(017800)터·현대상선(011200) 등이 지목된다.
실제 경협이 개시된다면 다른 업종으로도 수혜가 파생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동해선 철도 건설이 시작되면 철강업의 수혜가 기대된다. 전상영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강릉~제진 구간에 복선철도를 건설한다고 가정할 때 총 3만9,000톤 가량의 철강재가, 이 중 궤도에 필요한 봉형강은 2만5,000여톤으로 추정돼 봉형강 생산업체인 POSCO(005490), 현대제철(004020), 동국제강(001230)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인도적 차원의 식량 지원이 이뤄지면서 국내 식품 업체들도 경협 테마주로 부각될 전망이다. 북한 인구 2,480만명 중 영양부족 상태의 인구는 40%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식량 지원이 재개된다면 첫 번째 지원 품목은 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내에서 뚜렷한 수혜주는 꼽기 어렵지만 두 번째로 가능성이 높은 품목인 밀가루와 관련해서는 CJ제일제당(097950), 대한제분(001130), 사조동아원(008040) 등의 관련 업체가 있다. 인도적 지원에서는 이익을 내기 어렵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북한에 사료·소재식품 공장을 설립하는 등의 발전이 기대된다.
다만 경협 테마주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대로 경제협력이 진행되기 위해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가 대폭 완화되거나 해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금 같은 제재 국면에서 착수할 수 있는 남북 경협 사업이 사실상 없다”며 “미국의 대북제재 해제까지는 상당히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고 의회 입법 과정은 더욱 까다로워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협 테마주 상당수는 경협 기대감이 본격화된 지난 3월부터 이미 오른 상태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토목건설주인 남광토건과 현대건설은 이미 올 들어 234%, 75%씩 급등했고 철도주인 에코마이스터(064510)와 현대로템은 각각 128%, 108% 오른 상태다. 남광토건은 3~4월 사이 최대 상승폭이 400%에 육박했고 지난 5월에는 북미정상회담 취소 소식에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지는 종목이 속출하는 등 변동성도 컸다. 지난 20일 SK증권에 따르면 경협주 44개 종목은 연초 대비 평균 63%나 올랐다. 하인환 SK증권 연구원은 “경협주 주가는 이미 큰 폭으로 상승했고 100% 이상 오른 종목도 25%가 넘어 기대감이 충분히 선반영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