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증시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투자자들을 괴롭혔던 박스권을 뚫고 코스피 3,000을 향한 시동을 거는 듯 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상승 탄력이 이어졌으나 최근 지지부진한 흐름 속에 새로운 박스권 장세가 재현되는 분위기다. 경기회복 기대감은 옅어졌고 기업 실적 우려는 커지고 있다. 현대차투자증권에 따르면 미국의 연초 대비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17.54%, 전세계는 11.37%, 일본도 9.41%로 추정되지만 한국(코스피)은 -2.41%다. 남미(6.36%), 유럽 신흥국(2.51%), 아시아 신흥국(1.58%)에도 못 미친다.
미국 증시는 여전히 오름세지만 유독 국내 증시만은 중국 증시와의 동조화 속에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분간은 2,200~2,400대의 박스권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 초 코스피지수가 5년여의 박스권을 뚫고 2,600선을 넘어섰지만 반년 만에 박스권으로 복귀하는 셈이다.
이 같은 박스권 장세에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투자전략으로는 고배당주와 실적개선 업종, 아예 박스권 장세에서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설계된 금융투자상품과 일부 해외 펀드 등이 주목받고 있다. 배당수익률이 높으면서도 이익 성장까지 더해진 종목을 골라야 ‘배당 쇼크’에서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 개선주는 언제나 환영받지만 실적 개선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은 아닌지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바이오주도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미 한 차례 열풍이 지나간 만큼 신중하게, 장기적 관점에서 분산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밖에 남북 경제협력 테마주는 잠잠한 시장에서 유일하게 ‘대박’을 기대할 만한 테마지만 높은 변동성과 아직 그려지지 않은 구체적인 경협 계획 등의 맹점에 주의해야 한다.
금융투자상품 중에선 박스권 장세에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양매도 상장지수증권(ETN) 등이 주목받고 있다. 양매도 ETN은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해 코스피200 지수가 일정 구간 내에 있으면 옵션 프리미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이다. 펀드 중에선 해외 펀드의 약진이 좀 더 기대된다. 미국 증시가 나홀로 상승을 이어가고 있으며 4·4분기에도 글로벌 주요 증시 중 가장 전망이 좋다는 분석이다. 특히 정보기술(IT)·헬스케어 업종이 유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흥국 중에선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베트남이 매력적인 것으로 꼽힌다. 다만 펀드도 어떤 업종을 많이 담고 있는지 등에 따라 수익률이 갈릴 수 있는 만큼 편입 종목을 꼼꼼히 뜯어볼 필요가 있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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