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유일의 카지노를 즐길 수 있는 ‘겐팅 하이랜드(Genting highland)’는 해발 고도 2,000m에 이르는 산 정상에 있다. 1971년에 호텔을 시작으로 카지노뿐 아니라 복합몰·놀이동산 등이 속속 들어섰으며 선선한 날씨 덕에 여행객은 물론 말레이시아인도 즐겨 찾는다. 맥도날드·KFC 등 해외 프랜차이즈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한국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이 자리 잡으며 말레이시아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주말인 지난 6일 점심께 이곳에 위치한 네네치킨 1호점을 방문해보니 매장 내는 손님들로 붐볐다. 주문을 위해 10명 가까이 카운터 앞에 줄을 섰고 매장 앞 테라스는 가족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해결하고 있었다. 배달 매출이 주를 이루는 한국의 네네치킨 매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으로 2개 층을 함께 쓰는 52평의 대형 매장이다. 이른바 ‘QSR(퀵 서비스 레스토랑)’ 모델로 최대한 선조리를 배제하고 주문 즉시 빠르게 조리해서 음식을 내놓는 모델이다.
최오습 네네치킨 해외사업팀 과장은 “1호점 일 매출이 평균 200만 원, 최고 450만 원으로 말레이시아 4개 지점 중 가장 매출이 높다”며 “이곳 유동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테이블 당 매출도 원래 목표던 20~25달러보다 높아지고 있어 매출은 더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인 쿠알라룸푸르 중심가 곳곳에도 한국 치킨이 퍼져있다. 네네치킨·교촌치킨에 이어 최근 굽네치킨도 ‘마이타운’ 몰에 1호점을 오픈하며 말레이시아 첫 진출을 알렸다. 날씨가 더운 동남아에서는 일찍이 발달한 ‘몰(mall) 문화’ 때문에 대부분 복합 쇼핑몰 내에 매장이 위치하고 있다.
복합쇼핑몰 ‘스탈링몰’에 있는 네네치킨 2호점에서 만난 아드렌 림(21)씨는 “최근 겐팅 하일랜드에서 양념치킨을 처음 먹어보고, 이번에는 친구와 함께 다시 왔다”며 “말레이시아 치킨 대부분이 크리스피(후라이드) 치킨인데 한국 치킨은 치킨 전체에 양념이 버무려져 나와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이처럼 한국 치킨업체가 말레이시아에 속속 진출하는 이유는 식품업계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할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서 인증을 받는 것보다 말레이시아처럼 다른 이슬람 국가와 교차 인증이 가능한 국가에 직접 진출하는 것이 수월하다. 가장 좋은 방법은 현지에 생산 시설을 만들어 인증을 받는 것이다. 국내에서 할랄 인증을 받으면 무슬림 직원 상주, 갱신을 위한 심사단 체류비 지원 등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치킨업체가 경쟁자로 삼는 것은 일본 외식브랜드들이다. 일본 업체들은 1990년대에 진출해 한번 실패하고, 2000년대 다이소 등 일본의 대표 브랜드와 연합해 ‘일본 특구’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말레이시아 시장을 다시 공략하고 있다.
실제 쿠알라룸푸르 최대 쇼핑몰인 ‘파빌리온’ 6층에는 ‘이치젠’ ‘후지 스시’ 등 일본 외식 브랜드에 더해, 다이소·카시오 등 공산품·공예품 등을 파는 가게가 모인 ‘도쿄 스트리트’가 자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외식업계가 한류를 타고 동남아에 진출했지만 결국 ‘문화 싸움’”이라며 “일본 외식 브랜드가 문화를 알리지 않고 일단 시장에 진출했다 실패한 경험으로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