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가 애플의 A13 칩을 독점 생산하게 되면서 삼성전자의 미래 반도체 전략에 자칫 차질을 빚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의 초호황이 4·4분기 이후로 막을 내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전략으로 파운드리, 특히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승부를 건 상태다. 그러나 파운드리 분야에서 꼭 넘어야 할 산인 TSMC와의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내년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이 본격적인 하락세를 맞는다면 삼성전자 반도체는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의 확실한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진퇴양난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장에서는 TSMC가 미세공정을 앞세워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유일한 대항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지난 8월 TSMC의 반도체 장비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자 한때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에 일부 물량을 위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기대에 그치고 말았다. 삼성전자는 3년 전까지 TSMC와 나눠 애플의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공급해왔다.
파운드리 업계 내에서도 미세공정 기술을 갖춘 TSMC와 삼성전자로 양분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파운드리 업계 2위인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공정 개발을 중단하면서 7나노 이하 미세공정이 가능한 업체는 TSMC와 삼성만 남았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5월 시스템LSI사업부에서 파운드리사업부를 분사하고 미세공정 생산라인에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도입하는 등 미래 반도체 전략으로 파운드리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오는 2020년 3나노 공정개발을 완료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기술력을 소개했고 퀄컴과 애플의 일부 AP를 비롯해 다수의 암호화폐 개발 업체의 주문형 반도체(ASIC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TSMC가 7나노 공정에서 애플의 AP칩을 공급 독점한 데 이어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어 삼성전자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플의 A13 칩은 A12 칩과 마찬가지로 TSMC의 7나노 공정을 통해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 AMD도 TSMC로부터 7나노 APU 칩을 공급받기로 했다. 일본의 암호화폐 채굴기 생산업체 트리플원(Triple-1) 또한 TSMC의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ASIC 칩을 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삼성전자와 공식적인 7나노 칩 계약을 맺은 것은 퀄컴뿐이다.
삼성전자를 더욱 쬐는 것은 반도체 가격 하락이다. 최근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품목인 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내년에 각각 올해보다 20%, 30%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됐다. 3·4분기 들어 성장세가 확연히 둔화된 D램의 경우 4·4분기에 평균판매가격(ASP)이 하락세로 반전하며 사실상 ‘슈퍼사이클’에 종지부를 찍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슈퍼호황의 끝자리에서 미래 수익원으로 꼽히는 미세공정 파운드리가 수요처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밀릴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의 고점을 지나려는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반도체에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스템 반도체는 이미 세계 반도체 시장의 75%를 차지하는데다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각 제조사에 맞는 반도체 설계 능력이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반도체 부문 연간 영업이익 50조원 중 비메모리의 비중은 약 2%(1조2,000~3,000억원)에 불과하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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