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증권맨 30년의 삶’
증권업계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인 유상호(사진) 한국투자증권 사장이 12년만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며 남긴 말이다.
경북 안동 출신인 유 사장은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한일은행을 거쳐 1988년 당시 증권업계 1위인 옛 대우증권에 입사했다. 그는 1992∼1999년 대우증권 런던법인 재직 시절에는 당시 한국 주식 거래량의 5%를 혼자 매매해 ‘전설의 제임스(Legendary James)’로 불리기도 했다. 메리츠증권 등을 거쳐 동원증권이 한국투자증권과 합병한 2005년에 부사장이 됐고 2007년 47살의 나이로 최연소 CEO 타이틀을 거머쥐며 한국투자증권 사장 자리에 올랐다. 이후 매년 연임을 이어오며 증권업계 최장수 CEO 기록을 스스로 갈아치워왔다. 내년 우리 나이로 60을 앞두고 대표이사에선 물러나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부회장직을 수행하며 한국투자증권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다음은 유상호 사장이 남긴 글 전문이다.
행복한 증권맨 30년의 삶
유상호입니다.
1988년 10월 증권업계에 입문해 그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한 30년을 보냈습니다.사원으로 입사해 18년 남짓 만에 대형증권사 CEO가 되었고, 지난 30년 중 직원 생활 11년, 임원 생활 19년을 지냈습니다. 그 가운데 CEO를 12년간 역임했습니다. 너무나 과분합니다.
세전 경상이익 기준으로 올해 증권업계 사상 역대 최대의 실적이 기대됩니다. 바로 지금이야말로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 주고 웃으면서 정상에서 내려 올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10여 년간 구축한 탄탄한 조직력과 영업력, 조직 구성원들 간의 응집력 등 모든 면에서 더욱 도약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제 마음이 너무 편하고 뿌듯한 이유입니다.
지난 12년간 CEO로서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매년 최고의 이익을 기록해 왔다는 것이 아닙니다. CEO 취임 이후 단연 업계 최고인 138개의 기업을 IPO 시켜 기업의 성장과 경제발전에 기여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수 년 전 증권업계가 어려워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할 때도 일체의 인위적인 구조조정 없이 경쟁사 대비 2~3배 이상의 신입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이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감히 자랑스럽게 여겨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저는 비록 예전의 일상적인 오퍼레이션은 내려 놓지만 새로운 자리에서 새로운 역할로 회사와 자본시장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12’라는 숫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역학적으로도 한 시대의 완벽한 완성 내지 마무리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 동안 많이 이끌어 주고 또 믿고 따라와 준 선후배님들 덕분입니다. 특히 언론의 따뜻한 시선과 격려가 항상 큰 힘이 되었습니다.
앞으로 더 편한 자리에서 더 자주 기자 여러분과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거듭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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