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의약품 제조업체인 동화약품(000020)이 스타트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까스활명수, 후시딘 등 장수 히트상품으로 올린 수익과 풍부한 사내 유보금을 활용해 유망 신사업에 적극 베팅하는 모습이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동화약품은 올해 6월 바이오 업체 리브스메드에 10억원을 투자해 지분 0.91% 취득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리브스메드는 기존 일자형 복강경에 사람 손목처럼 구부러지는 집게를 추가해 다양한 수술 동작을 구현했다. 사업 초기인 만큼 지난해 10억원 가량 적자를 냈지만 앞으로 관련 분야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전망된다.
동화약품은 7월에도 주식회사 비비비에 20억원을 투자했다. 별도로 지분을 취득하지 않은 단순 투자다. 비비비는 모바일 혈당측정기 엘리마크(elemark)를 상용화해 주목을 받은 업체다. 최근에는 손끝에서 채혈한 혈액으로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등 질병 표지자를 검출하는 현장검사 플랫폼 마크비를 개발하고 있다.
동화약품은 2016년부터 비상장사 투자를 본격화했다. 온라인 소액투자중개 업체인 크라우디에 5억원을 투자한 것이 시작이다. 지난해는 강스템바이오텍과 조인트벤처(JV) 디엔케이(DNK)코퍼레이션을 세우고 10억원을 투자했다.
동화약품은 탄탄한 재무 상태를 원동력으로 스타트업과 비상장사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3·4분기 현재 유동자산만 2,373억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356억원)과 기타금융자산만 1,097억원에 이른다. 3·4분기까지 영업이익은 78억원을 기록했다. 과거 기술력이 있는 바이오 업체에 투자해 성공한 경험도 투자에 자신감을 갖는 이유로 분석된다. 동화약품은 바이오 기업 제넥신이 설립된지 2년 만인 지난 2000년 8,800만원을 투자했다. 제넥신은 2009년 코스닥에 상장됐고 동화약품의 지분 가치는 올해 3·4분기 기준 67억원으로 80배 가까이 불어났다. 가능성 있는 기업에 투자하면 대박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일찍부터 경험한 셈이다.
윤도준 동화약품 회장이 스타트업에 우호적인 점도 한몫했다. 윤 회장은 오는 8~9일 서울 코엑스에서 진행되는 스타트업 축제 ‘헤이스타트업&스타트업 박싱데이 2018’를 특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화약품이 안정적인 제약 부문 외에 바이오 등 신사업 진출을 스타트업 투자를 통해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투자한 기업들이 성장할 경우 회사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김민석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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