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의 74%가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로 ‘관치’를 꼽았다. 특히 수수료·금리 등 가격통제나 각종 규제에 대한 체감강도는 10점 기준에 7.2점이나 됐다. 10점에 근접하면 그만큼 규제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의미다. 선의로 포장한 각종 규제와 개입이 범람하면서 글로벌 경쟁력 제고는 고사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그대로 투영됐다는 분석이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2019 리빌딩 파이낸스-위기의 금융, 돌파구는 없나’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국내 5대 금융지주 및 은행·보험사·카드사 CEO 35명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 조사한 결과 CEO 4명 중 3명(74.3%)이 금융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 ‘관치’를 지목했다. 이어 ‘정치권의 입김(34.3%)’과 ‘노조의 과도한 경영개입(22.9%)’ ‘내부혁신 부족(22.9%)’ 등을 꼽았다.
금융당국 규제의 체감강도에 대해서는 절반인 51.4%가 ‘과거보다 축소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많다’고 했고 28.6%는 ‘모든 영역에서 매우 심하다’고 답했다. CEO들이 느끼는 규제 강도는 10점 기준에 7.2점으로 나타났다.
규제 가운데 CEO들이 가장 큰 압박감을 느끼는 것은 수수료나 금리 등 가격 규제가 77.1%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으로 ‘수수료 인하(57.1%)’와 ‘가산금리와 대출금리 인하 압박 등의 금리 규제(48.6%)’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는 채무 탕감(34.3%)’ 등을 꼽았다. 한 금융사 CEO는 “관치로는 금융산업을 성장시킬 수 없다”며 “당국의 지나친 시장개입을 자제하고 최소한의 명확한 기준만 제시하는 식으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EO들은 내년에 불어닥칠 각종 대내외 변수에 따른 경영환경 악화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CEO의 절반가량은 ‘내수침체 및 자영업 위기(45.7%)’와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세계 경기 위축(45.7%)’ 등을 악재로 꼽았으며 ‘수수료나 금리, 대출규제 등 금융당국의 시장개입에 따른 실적부담(42.9)’ 우려도 나타냈다. CEO들은 이 같은 금융산업에 드리워진 전반적 우려에 대한 돌파구로 금융의 고부가가치화 추진을 꼽으며 이를 위해 ‘신산업 진출(45.7%)’ ‘글로벌 시장 확대(40.0%)’ ‘디지털 전환(40.0%)’ ‘투자은행(IB)·자산관리(WM) 등의 비이자수익 전문화(34.3)’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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