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노조가 8일 전면파업을 예고한 가운데 허인 국민은행장 등 임원진 전원이 휴일을 반납한 채 노조 설득에 나섰다. 특히 국민은행 노조가 파업할 경우 주택은행과 국민은행이 합병했던 지난 2000년 이후 19년 만이어서 금융당국도 초긴장 상태다. 금융당국은 최악의 경우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성과급 300%와 임금피크제·페이밴드 등을 놓고 이날까지 절충점을 찾는 데 실패했다. 사측은 이익배분(PS)과 관련해 기존의 ‘자기자본이익률(ROE) 10% 기준’ 안에서 성과급(보로금) 200% 이상을 주는 것으로 물러섰지만 노조는 300% 지급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피크제 진입 시점 1년 연장과 관련해 사측은 부·점장, 팀장·팀원의 진입시기 일치로 장기 인력운영의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노조는 1년을 늦춰야 한다며 충돌하고 있다. 페이밴드 도입은 이번에 합의까지는 아니어도 합리적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정도로 사측이 물러섰으나 노조는 페이밴드 자체를 철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의 파업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은행 노조는 7일 오후부터 8일 새벽까지 1박2일간 잠실학생체육관에 직원 6,000명을 소집해 총파업에 돌입할 예정이다. 노조는 “투쟁 대오 유지를 위해 부득이하게 출입구를 통제할 예정”이라며 비판여론에 따른 내부 동요를 차단하는 모습이다. 노조는 사측의 입장변화가 없으면 오는 3월 말까지 네 차례 더 총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노조가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고 파업을 강행하면 고객의 피해는 물론 금융시장 혼란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은행은 전국 지점 1,057개(2018년 말 기준), 전체 직원 1만7,000명(조합원 1만4,000명), 고객 수 3,0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라 파업에 돌입하면 고객 불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은행 노조는 설 직전인 이달 30일부터 오는 2월1일까지 3일간의 추가 파업을 예고한 상태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설 직전 3일은 중소기업 등의 자금수요가 1년 중 가장 많을 때인데 파업을 하게 되면 불편을 넘어 금융시장 전체의 혼란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행장의 리더십 타격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파업에 따른 고객 불편 우려가 커지자 파업 참가 인원이 적으면 본점 인원을 지점에 파견하는 한편 파업 규모가 클 경우 일부 지점의 문을 아예 닫고 근무인원을 재배치해 고객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파업에 들어간다면 고객 불편은 물론 금융시장 혼란도 일어날 수 있다”며 “국민은행 경영진과 파업 참가 인력 규모 등을 파악해 컨틴전시플랜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떤 식으로든 은행 영업이 전면 중단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은행 경영진도 최근 고객 불편과 조직 동요 등을 우려해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일괄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치는 등 노조 설득에 총력을 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파업 당일 인터넷뱅킹·모바일뱅킹·자동입출금기기(ATM)는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전 영업점의 정상운영을 목표로 하되 안 되면 거점점포 전략으로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며 비상대기에 돌입했다. 국민은행 내부에서는 임단협 결렬 이후 노조의 전면파업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서 노조가 다른 목적을 위해 준비된 파업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조가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피복비 연 100만원 지급’을 철회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막판 타협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은행 노조 관계자는 “성과급 200%는 중앙노동위원회 중재 때 잠깐 나온 얘기로 이후 교섭 테이블에서는 언급되지 않았다”며 “8일 이후의 일정은 사측의 의지에 달렸다”고 말했다. /서일범·황정원·김기혁기자 squiz@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