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탈(VC) 투자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VC 투자액은 6년 연속 증가하며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기업 KPMG 인터내셔널이 28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VC 투자액은 2,540억달러(약 283조원)로 전년(1,740억달러) 대비 약 50% 증가했다. 삼정KPMG는 “VC 투자 호황”이라고 분석했다. 지역 별로는 미국 등 미주지역과 유럽, 아시아 등 전 지역에서 투자금이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지난해 VC 투자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대체에너지 차량, 생명공학에 집중됐다. 또 핀테크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4·4분기에는 미국 최대 전자담배사인 줄(Juul)이 128억달러(약 14조3,040억원) 유치에 성공해 지난해 2·4분기 진행된 중국 앤트파이낸셜의 자본조달액 140억 달러(약 15조6,45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투자규모로 조사됐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VC 투자 규모는 커졌지만 거래량은 감소세였다. 지난해 4·4분기 VC 투자액은 총 645억달러(72조787억원)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분기 투자액을 기록했다. 반면 거래량은 3,048건으로 2012년 3·4분기 이후 25분기 만에 최저 거래량을 기록했다. KPMG는 “투자자들의 자금력은 탄탄하나 투자방법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에는 전 세계적으로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시리즈B) 등 어느 정도 안전한 투자처에 VC 자본이 몰릴 것”으로 전망했다.
KPMG는 올해 강력한 상장(IPO) 시장이 열릴 것으로도 기대했다. 우버와 리프트를 포함한 대형 스타트업들이 IPO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증권거래소가 기술 및 바이오 분야에 대한 IPO 규정 완화에 따라 아시아에서도 IPO 활동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봤다. 또 서클과 에이든, 파페치 등을 포함해 유럽에서도 IPO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기업 가치가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으로 새롭게 탄생한 기업은 지난해 94개로 전년(53개) 대비 크게 증가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이 53개로 가장 많았고, 아시아(26개)와 유럽(10개) 등이 뒤따랐다. 유럽의 유니콘 기업 수는 다른 국가에 비해 규모는 적었지만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영국과 스페인, 독일, 포르투갈, 이스라엘 등에서 한 개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해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유니콘 기업 바이트댄스와 인도의 음식배달기업 스위기,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업체인 도코피디아,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업체인 그랩 등이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조달에 성공하며 VC 투자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신흥국에 대한 VC 투자도 주목된다. 지난해 브라질과 콜롬비아, 멕시코, 인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80억달러(8조9,300억원) 이상의 VC 투자가 유치됐다. KPMG는 “신흥국은 소액대출이나 송금서비스 등 은행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핀테크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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