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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의 창] 혁신에의 투자

박종석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코리아 상품·마케팅 본부장




이제 적어도 금융투자업계 종사자들이나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서 FAANG (Facebook, Apple, Amazon, Netflix and Google)이라는 용어를 모르는 이들은 거의 없는 듯 같다. 이런 용어들은 예전에도 있었다. 1970년대 미국의 블루칩 기업들을 지칭하던 Nifty Fifty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상승을 주도했던 ‘차화정’(자동차, 화학, 정유)이 그 일례다. 일부 시장 참가자들은 이런 용어들이 만들어진 것 자체가 이미 그 기업들의 주가에 버블이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반면 한 편에서는 해당 기업들의 펀더멘털이나 세상의 변화를 고려했을 때 시장을 주도하는 기술주들의 성장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소위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이러한 기업들은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많은 사람들이 혁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그 정의를 명확히 설명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위키피디아는 혁신을 ‘시장이나 사회의 새로운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더 나은 솔루션, 즉 더 효과적인 제품, 서비스, 기술, 또는 비즈니스 모델 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렇다면 진정으로 혁신하는 기업들을 선별해서 투자하는 통찰력을 가지기 위해 혁신의 필요조건 몇 가지를 언급해 보려 한다.

첫 번째로 다양성(Diversity)이 혁신의 기반을 제공한다는 말에는 큰 이론의 여지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가 혁신의 산실이 된 기저에는 자본이나 기술 관련 인프라 등 눈에 보이는 이유도 있지만 다양성을 수용하고 그를 기반으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다른 시각들의 시너지가 혁신을 만들어 내는 문화도 뒷받침되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실리콘 밸리 기업들의 CEO 4명 중 약 3명이 이민자 또는 이민자 2세라는 사실과 앨런 머스크 테슬라 CEO, 선다 피차이 구글 CEO 등 유명 최고 경영자들이 이민자 출신이라는 것은 이제 그다지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기업이나 해당 산업이 다양성을 수용하고 그 다양성에 기반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가 하는 정성적인 부분들도 투자에서 기업 또는 산업의 평가에 반영돼야 할 일이다.



또 하나의 기업 혁신의 기반은 ‘고객 중심주의’이다. 2000년대 중반까지 미국 내 영상 컨텐츠 유통을 지배했던 블록버스터는 넷플릭스 등 온라인 및 모바일 기반 경쟁자들의 등장으로 고전하다 결국 2010년 파산했다. 미국의 한 소비자는 SNS에 ‘넷플릭스가 아닌 말도 안 되는 연체료 시스템이 블록버스터를 죽였다’고 포스팅해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2016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된 노키아의 CEO 스테판 엘롭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잘못한 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어쨌든 지고 말았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이는 기업들이 현재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있다 할지라도 고객 목소리에 귀 기울여 그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소홀하면 결국에는 혁신하는 경쟁자들에 의해 한 순간 사라지고 만다는 소중한 교훈을 준다.

마지막으로 비즈니스 혁신은 단순히 새로운 아이디어나 비즈니스 모델을 도출하는 것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개선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재 글로벌 호텔 및 숙박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 미국의 에어비앤비는 브라이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라는 두 명의 가난한 청년들이 월세를 낼 돈이 없는 절박한 상황에서 본인들의 집을 숙박 장소로 제공하자는 작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사용자들의 의견을 사업에 반영하고 기존의 호텔 등이 제공하지 못했던 여행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는 지속적인 열정으로 노력함으로써 오늘날 에어비앤비를 무려 40조원에 달하는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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