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011780)화학의 3대 주주였던 블랙록자산운용이 잇따라 지분을 매각하며 박찬구 회장의 경영권을 위협하고 있다. 과거 블랙록은 지분을 매입하며 박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우호세력으로 힘을 실어줬지만 주주환원 정책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연금에 이어 블랙록마저 반대세력으로 자리 잡을 경우 박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이 불투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블랙록은 지난 2월20일 투자자금 회수 목적으로 보유 지분을 6.2%까지 줄였다고 5일 공시했다. 블랙록의 지분 매각은 올해 들어 두 번째로, 2년간 주식을 매수해오던 것과는 다른 행보였다.
블랙록은 2017년 2월부터 금호석화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박 회장은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딸 박주형 상무를 비롯한 친인척들을 내세워 지분 확보에 나섰다. 블랙록도 금호석화 지분을 1년간 8.31%까지 늘리며 박 회장의 백기사로 힘을 보탰다. 실적이 부진했던 금호석화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 샀을 뿐 아니라 금호가와의 네트워크 형성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블랙록은 삼성전자·현대차 등 국내의 굵직한 기업에 투자하며 관계를 확보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블랙록과 박 회장은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이견으로 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석화는 2016년 이후 매년 기록을 경신하며 최대 성과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배당률은 1%대에서 변동이 없었다. 자사주 소각 문제도 갈등의 폭을 키웠다. 금호석화가 보유한 자사주 지분은 17% 수준. 블랙록은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권 강화를 요구했으나 박 회장은 이를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블랙록은 지분 매각으로 박 회장에 대한 압박에 나섰고, 이에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달 주주총회에서 연임이 결정돼야 사내이사를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지난해 11월 업무상 배임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을 뿐 아니라 2대 주주인 국민연금도 보유 지분을 줄이며 연임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랙록마저 등을 돌린다면 박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단일 주주로는 높은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과 블랙록이 모두 반대 입장을 표명할 경우 의결권 비중을 떠나 다른 기관투자가들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배당금이 결정된 2월 이사회 전후로 블랙록이 지분을 1%씩 매각한 것도 일종의 ‘경고’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랙록은 주주환원 정책을 중시하는 투자가로 박 회장의 의견 수용이 없으면 연임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블랙록 입장에서는 오너 리스크에 낮은 배당 성향까지 굳이 금호석화에 투자할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화 관계자는 “블랙록은 작년부터 한국 내 포트폴리오 비중을 중후장대 쪽은 낮추고 IT·반도체 쪽 비중은 높여왔다”며 “국민연금은 의결권 관련해서 아직 찬반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으며, 계속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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