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기재부에 따르면 ‘서민의 술’인 소주의 경우 종량세 전환으로 알코올 도수가 기준이 돼도 평균 소비자 가격은 오르지 않도록 설계하기로 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수입 맥주와 국내 맥주의 과세표준 차이에서 시작돼 맥주만이 아니라 전 주종에 대해 종량세 개편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소주도 일부 (가격)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최대한 없애고 인상되지 않는 것이 전제조건”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용역이 다음달 나오는 대로 국회 보고를 거쳐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 계획이다.
수입 맥주 가격은 주세 체계가 바뀌어도 지금 수준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는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해 맥주 과세표준을 주류 제조장에서 출고한 수량이나 수입 신고하는 수량으로 바꾸고 세율은 1ℓ당 835원으로 한다는 ‘주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과세표준에 72%를 부과하는 주세 체계에서 ℓ로 환산했을 때의 평균 주세액인 850원과 유사한 수준이다. 현재 수입 맥주에 부과되는 주세가 국가별로 차이가 있으나 소비자 가격은 평균 정도로 수렴될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국산 맥주는 가격이 낮아지게 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심기준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세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1ℓ당 835원 과세 기준 종량세를 도입하면 국산 캔맥주 500㎖를 기준으로 363원 저렴해진다. 반면 포장재 비용이 낮고 대량 공급되는 유통 특성상 판매관리비를 낮게 책정하는 생맥주 가격은 다소 오르는 게 불가피하다. 업계에서는 맥주 시장에서 생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10% 이내여서 국산 병맥주와 캔맥주의 가격 인하에 따른 소비자 혜택이 크다고 분석했다.
정부 관계자도 “주세 과세체계를 선진국형으로 바꾸기 위해 검토하는 것”이라며 “종량세로 바꾸면 품질이 좋은 고급술을 만들 수 있도록 주류산업 발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종가세가 유지된다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게 세금이 훨씬 싸 국내 주류 제조 공장들이 모두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세 과세체계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개편하는 작업에 착수하자 국산 맥주 업체들과 수제맥주 업계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다. 국내 대표 수제맥주 브랜드인 ‘제주맥주’의 문혁기 대표는 “모든 맥주가 동등하게 세금을 내는 구조로 바뀌면 이제 수입 맥주와 마찬가지로 편의점에서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수제맥주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빈난새·김현상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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