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000660)의 중국 우시 확장 팹(2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 약 9,500억원이 들어간 확장 프로젝트가 완전히 마무리되면 우시 공장의 D램 생산능력은 웨이퍼 기준 월 18만장까지 늘어나게 된다. 다만 SK하이닉스는 D램 미세공정을 위해 라인을 확장한 것일 뿐 현재로서는 추가 생산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에 따른 공급량 조절은 계속 하겠다는 의미다.
1일 현지 외신 등에 따르면 중국 장쑤성에 위치한 SK하이닉스의 우시 확장 팹이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SK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연초에 초도생산을 위한 웨이퍼가 들어갔고 이번에 해당 물량이 팹아웃(fab out)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장비 입고가 완료되면 SK하이닉스 우시 공장은 웨이퍼 기준 월 18만장의 10나노급 D램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우시 공장 확장 운영을 위한 사업자금도 확보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5일 우시에서 중국 국가개발은행 주선으로 중국 농업은행, 건설은행, 공상은행, 수출입은행으로 구성된 은행단과 신디케이트론 체결식을 열었다. 신디케이트론은 다수의 금융기관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 금액을 융자해주는 집단대출이다. 차입 규모는 35억달러(약 4조원)로 이는 장쑤성 외화 대출 사상 최대 금액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시 확장 팹의 본격적인 가동에 앞서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도 지난달 29일 우시를 방문했다. 박 부회장은 우시 공장과 SK하이닉스가 건설 중인 병원·학교 등을 답사한 뒤 리샤오민 지역 당 서기와 만나 “2공장 프로젝트가 마무리돼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 누적 투자액은 140억달러에 이르렀다”면서 “14년간의 협력으로 하이닉스와 우시는 우정을 초월한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우시 확장 팹 가동이 이미 급락 중인 D램 공급과 가격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3월 D램 고정거래가격(DDR4 8Gb 기준)은 전달 대비 11.1% 하락한 4.5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메모리 호황 초기인 2016년 12월 가격(4.19달러)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에 마이크론은 D램과 낸드플래시를 각각 5% 감산하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확장 팹 가동에 따른 추가 생산은 없다’는 입장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D램 공정이 미세화되면서 필요한 공정이 늘어났고 이에 따라 확장 팹에 추가 장비를 들인 것”이라며 “미세공정을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한 확장일 뿐 현재로서는 추가 생산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마이크론과 같은 ‘인위적 감산’과도 무관하다는 게 SK하이닉스 측의 설명이다.
실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지난달 22일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마이크론이 감산한다고 해서 우리가 전략을 바꾸는 것은 아니다”라며 “고객사로부터 들어오는 수요와 재고, 전략 등을 모두 고려해 정합성을 맞춰 (생산량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반기부터는 수급이 균형을 잡으면서 시황도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생산량의 유연한 조정과 함께 올 3·4분기에 예정된 호재가 SK하이닉스의 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신제품 출시와 함께 아마존·구글 등이 3·4분기 데이터센터 투자를 재개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표적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틱톡·JD·메이퇀 등이 새롭게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고 중국 통신사업자들도 에지 컴퓨팅용 마이크로 데이터센터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인텔의 개인용컴퓨터(PC) CPU 공급 부족도 3·4분기 말부터 해소될 것이라는 점에서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실적개선 가능성은 높다”고 전망했다.
/박효정기자 j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