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역성장 충격이 외환시장을 강타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160원을 넘어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강세 영향에 달러 관련 상품에 투자자들은 함박웃음을 지으면서도 차익 실현 시기를 놓고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외 경제 요건을 고려하더라도 최근의 원화 약세는 지나친 수준이라며 연말로 갈수록 하향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대응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올라 1,161원으로 마감했다. 등락을 거듭하다 상승세를 이어갔고 달러인덱스는 소폭 상승해 98에 근접하며 2년여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환율 급등에 따라 관련 상품의 수익률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 투자 상품으로는 예금, 주가연계증권(ELS), 상장지수증권(ETN) 등 다양하지만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수익률이 두드러진다. 초과 수익을 올리는 레버리지 상품의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KOSEF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합성), TIGER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KODEX미국달러선물레버리지 등은 최근 1주일 수익률이 4%를 넘는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환율 급등 양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대비 원화 약세가 단기간에 해소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등 요인으로 △미국 대비 성장 모멘텀이 미약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지표의 실망으로부터 초래된 유로화 약세 △위안화와의 상관관계가 약해진 가운데 부각된 호주달러와의 상관성 △한국 경상흑자 폭 감소 우려 및 국내총생산(GDP) 실망에 따른 한은의 금리 인하 가능성 등을 들었다. 이런 과정에 원화 약세가 상대적으로 짙어졌지만 오는 5월까지는 이슈가 해소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이달 대규모 배당금 송금에 따른 외환 수급 악화도 다음달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 적어도 2·4분기까지는 이 같은 흐름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4분기에는 원·달러 환율 결정요인에서 상방압력이 우위를 점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한국과 미국 간의 GDP 성장률 격차가 1·4분기에 확대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 경제 펀더멘털의 상대적 우월함으로 강세 기조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달러화 강세가 국내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키웠지만 하반기 이후에는 원화 가치가 강화돼 환율이 안정화되는 ‘상고하저’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단기적으로 상승 압력이 우세한 상황이나 배당금 역송금 수요가 4월을 지나면서 완화될 여지가 있는 만큼 급등세는 주춤해질 것”이라며 “2·4분기 후반에는 유로화 반등을 통한 달러의 완만한 약세를 기대함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하락 전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임혜윤 KTB투자증권 연구원도 “이번 급등이 오버슈팅일 가능성이 높다”며 “하향안정 이후 1,120원 내외에서 등락을 보이다가 연말로 갈수록 1,100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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