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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퇴직연금이 더 절실한 중소기업 직장인

이혜진 증권부





“몇 년 전 사장님이 자세한 설명 없이 ‘나라에서 시켜서 개인연금 통장을 만들어야 한다’길래 사인을 해줬습니다. 그런데 최근에서야 회사 측이 일괄적으로 DC라는 퇴직연금에 가입한 것을 알게 돼 노사가 분쟁 중입니다.”

최근 본지에서 ‘방치된 퇴직연금 200조원, 흔들리는 노후’ 기획 시리즈가 보도된 후 소기업에 근무하는 한 독자로부터 받은 e메일 내용이다. 절반이 넘는 직장인들이 본인이 가입한 퇴직연금 유형도 제대로 모른다는 설문조사 결과대로다.

퇴직연금은 2004년 도입 이후 빠르게 성장했지만 ‘큰 키’만큼 그림자도 깊어지고 있다. 낮은 수익률이 대표적이다. 기존과 같은 제도와 기업들의 안일한 인식하에서는 향후 10년 후에도 ‘쥐꼬리, 예금 이자보다 못한’ 등의 수식어를 떼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수익률보다 더 시급한 문제는 여전히 퇴직연금 가입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크고 짙다는 점이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퇴직연금제도 가입률은 50.2%로 가입 대상 근로자 1,083만명 중 543만8,000명이 가입했다. 지난해도 전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했다면 현시점에도 여전히 10명 중 4명 이상은 퇴직연금 미가입자다.



문제는 이들이 대부분 영세사업장 소속이라는 점이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90% 이상이 가입했으며 100인 이상도 가입률이 80%를 크게 넘는다. 10~29인은 가입률이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고 5인 미만은 10%선이다. 중소기업일수록 가입률이 낮을 뿐만 아니라 교육이나 정보제공은 더욱더 이뤄지지 않는다. 노후 보루가 더욱더 절실한 계층은 고소득 직장인이 아니라 e메일을 보낸 독자처럼 중소기업 직원이다. 하루빨리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는 게 급선무다.

국회에는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외에 중소기업 직원들의 퇴직연금 가입 지원안을 담은 법안이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동물국회가 일하는 국회로 빨리 전환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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