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이 개인들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수록 은퇴시점에 맞춘 자산운용의 중요성이 커진다. 일반인이 오랜 기간 각종 펀드와 금융상품을 골라 담아 연금을 운용하기는 힘들다. 이에 만들어진 상품이 바로 타깃데이트펀드(TDF)다.
1990년대 중반부터 운용된 TDF들의 수익률을 보면 전세계 자산에 골고루 나눠서 투자하기 때문에 금융위기나 경기부침 속에서도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것이 입증됐다. 전용우 삼성자산운용 팀장은 “오랜 기간 전세계 자산에 적립식으로 분산투자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지 않다”며 “연금계좌에서 가입한 후 잊어버려도 되게끔 설계된 ‘연금맞춤형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나이에 맞게 글로벌 포트폴리오 조정 = TDF는 생애주기에 따라 초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 은퇴시점에 가까워질수록 보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간다. 자산배분은 미리 정해진 자산배분곡선(글라이드패스)에 따라 이뤄진다. TDF의 이름 뒤에 붙어 있는 숫자는 퇴직시기를 의미한다. 예컨대 TDF 2040이라면 이즈음을 은퇴 시점으로 가정하고 자산배분이 이뤄진다. 현재 국내에는 8개의 운용사가 대부분 TDF2020~2045시리즈까지 출시했다. 일부는 2050시리즈를 내놓은 곳도 있다.
예컨대 은퇴 30년 전에는 주식투자 비중을 90%까지 가져가다 은퇴 20년 전에는 70%, 10년 전에는 주식비중을 절반 수준까지 떨어뜨린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는 주식보다는 채권의 비중을 높인다. 은퇴 시점이 많이 남아 있을수록 고수익을 노리기 위해 주식 등의 위험자산 편입비중을 높이고 은퇴 시점이 가까울수록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 안전자산을 더 많이 담는다.
때문에 투자자 성향에 따라 시리즈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컨대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라면 실제 은퇴 시점보다 늦은 시점의 펀드를,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좀 더 앞선 시점의 펀드를 고르면 된다. 예컨대 2030시리즈의 경우 주식비중이 절반 가량인데 이보다 주식비중을 더 가져가길 원하면 2034나 2040을 선택하면 된다.
◇글로벌 자산 비중 추종…미국 비중 가장 높아 = 운용사별로 일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TDF 포트폴리오는 글로벌 자산 비중을 기본으로 한다. 이에 각 운용사의 철학과 노하우에 따라 가감에 있다. 때문에 대부분 미국 주식과 채권의 비중이 상당히 높다. 일례로 KB온국민 TDF 2040의 경우 주식의 비중이 73.9%, 채권이 26.1%이며 주식 포트폴리오 중에서 미국의 비중이 45.2%다. 이후에는 한국(12.1%) 일본 (7.8%), 영국(5.2%) 순이다. 운용사에 따라서 한국 주식의 비중이 훨씬 낮은 곳도 있다. 또 중국, 베트남, 브라질과 같은 이머징 국가의 주식은 많이 담지 않는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주식과 채권이 비중이 높은 이유는 전체 글로벌 자산에서 이 둘 자산의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라며 “운용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선진국 비중이 높아 이머징 증시 급등락에 따른 변동성이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략·환헤지·보수 운용사별로 차이 = 자산 배분의 큰 틀은 비슷하지만 운용사별로 보수나 운용전략에 차이는 있다. 이에 따라 수익률도 달라진다.
가장 설정액이 크고 오래된 삼성자산운용 한국형TDF는 2020년 이상 시리즈의 경우 누적 수익률 11.13%~20%이다. 이 TDF는 캐피털그룹의 13개 펀드에 분산투자한다. 이를 맹추격하고 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일반적인 TDF뿐만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전략을 가미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전략배분형TDF도 동시에 팔고 있다.
TDF는 장기 상품인 만큼 운용 및 보수가 수익률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운용사별로 보수의 차이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TDF는 자산배분을 위해 여러 개의 펀드를 담고 있는 재간접 펀드로 해당 TDF뿐 아니라 피투자펀드의 ‘숨어있는 보수’인 합성 보수까지 챙겨 봐야 한다. 2040 퇴직연금 클래스를 기준으로 총 합성보수 대부분 1.6~2% 선이다. 삼성한국형TDF와 미래에셋전략배분형 TDF는 각각 1.6% 선이며 한화LifeplusTDF는 2.085%다. KB온국민TDF와 키움 키워드림TDF는 각각 1.195%와 1.255%로 낮은 편이다. 이 같은 보수는 채권비중이 높은 시리즈일수록 더 낮고, 장기간 가입할수록 더 떨어진다는 특징이 있다. .
환헤지 전략도 수익률에 변수가 되고 있다. 대부분 TDF가 환헤지를 하고 있지만 신한마음편한TDF와 한화LifeplusTDF는 환노출형이어서 최근 수익률이 급등했다. 신한BNP파리바운용 관계자는 “항상 환노출 전략을 쓰는 것은 아니며 시장 상황에서 따라 환율 전략을 구사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TDF의 수익률은 좀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박진 NH투자증권 100세 시대 연구소장은 “단기 성과를 보기보다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포트폴리오 투자를 통해 수익률의 변동성이 적으면서도 안정적인 성과를 내는 펀드를 고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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