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들이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며 ‘셀 코리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미중 무역협상이 악화되며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지자 투자심리가 위축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25.09포인트(1.20%) 하락한 2,067.69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지난 1월14일(2,064.52)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9일부터 순매도 행진을 이어온 외국인은 이날도 ‘팔자’ 행진을 이어가 4,66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 순매도 금액은 지난해 10월23일(5,654억원) 이후 최대치다.
외국인은 최근 6거래일 연속 총 1조4,972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2월8~15일의 6거래일과 기간은 같지만 금액은 당시 6,281억원에 비해 8,500억원 이상 많은 수치다.
올 들어 7조원 이상, 4월에만 총 2조3,921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바뀐 것은 이달 9일 옵션만기일부터다. 이달 들어서도 2일부터 8일까지 4,293억원의 ‘사자’ 행진을 이어왔던 외국인은 옵션만기일에 현·선물 동시 매도에 나선 후 연일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자 주식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도 원·달러 환율은 2원90전 오른 1,191원50전으로 약 2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 타결이 예상됐던 미중 무역협상이 난항에 빠지며 투자 심리는 극도로 위축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율을 올리자 중국도 보복 관세에 나서는 등 해결을 기대했던 상황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주요2개국(G2)의 정면대결 양상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커졌고 국내 경제 위축 우려에 외국인투자가가 빠져나가는 흐름이다. 이날 외국인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시가총액 상위종목인 반도체 업종을 대거 순매도했다.
이달부터 MSCI 신흥시장(EM) 지수에서 한국 비중이 축소된 것도 외국인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금융투자는 MSCI EM 지수 내 한국 비중이 3월 말 13.0%에서 올해 말 12.3%로 하락하면서 이를 추종하는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서 최대 1조7,000억원 가량 이탈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요한 것은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지 않으면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사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원화가 안정을 찾으려면 일단 미중 무역협상이 마무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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