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여파 속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 수출 감소폭이 주요 20개국(G20) 중 가장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출 위축 여파로 민간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을 2.2%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20개국(G20) 상품 교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4분기 수출은 1,386억 달러(계절조정치·경상가격)로, 직전 분기 대비 7.1% 감소해 G20 소속 국가 가운데 감소폭이 가장 컸다. 브라질의 수출이 6.4% 감소했고 러시아(-4.4%), 인도네시아(-4.3%), 일본(-2.3%) 등이 뒤를 이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보더라도 한국의 수출 감소폭은 8.1%로, G20은 물론 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5월에도 전년동기대비 9.4% 감소해 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2분기 역시 녹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1분기 수입은 1,252억 달러로, 전 분기 대비 7.7% 감소해 G20 가운데 두 번째로 악화됐다.
미중 무역분쟁의 당사자인 미국은 오히려 수출이 0.7% 늘었고 중국도 3.9% 증가했다. 영국은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 탓에 교역을 늘리면서 수출이 6.2% 늘었다. 이러한 수출 악화로 인해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연초 전망치보다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2.2%로 내다봤다. 2.4%를 예측한 한국개발연구원(KDI), 2.3%로 보고 있는 LG경제연구원 보다 낮다. 한국은행도 다음달 중순 발표하는 경제전망보고서에서 현재 2.5%인 전망치를 다시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경연의 성장률 하락 배경은 수출이 급격한 위축을 보이는 가운데 투자 둔화 폭이 확대되고 소비까지 회복 흐름을 멈춰 경제성장 흐름이 나빠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구원은 대외환경 악화로 인한 수출 위축을 성장률 하락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미·중 무역갈등 격화, 글로벌 경기 하강에 따른 주요 수출상대국들의 성장률 둔화, 반도체 등 주요 수출품목의 경쟁력 악화 등 전반적인 교역조건 악화가 수출급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극심한 투자부진과 소비회복세 둔화 역시 악재다. 이미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된 설비투자는 수출전망 악화 및 극심한 경기 부진에 따른 증설유인 부족, 금리상승으로 인한 자금 조달 부담 상승 등으로 둔화 폭이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세종=황정원기자·이상훈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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