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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갈등·폐업…"내년엔 최저임금 동결해야"

15개 중기단체, 최저임금 동결 호소
일자리 줄이고, 직원 갈등에 폐업까지
"경영난 심각…지급능력·경제상황 고려"

  • 양종곤 기자
  • 2019-06-18 17:42:46
  • 경제단체
실직·갈등·폐업…'내년엔 최저임금 동결해야'
15개 중소기업 단체 대표들이 18일 서울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내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읽고 있다./사진제공=중기중앙회

서울 시내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 A사 최유식(가명) 대표는 지난해 매장 2곳을 정리했다. 연내 1곳 더 정리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4대 보험, 퇴직금, 특근수당 모두 올라 도저히 사업을 유지하지 못하겠다”며 “기존 사업도 어려운데 신규 사업은 생각도 할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근로자 60명과 섬유제조업체를 경영하는 김성수(가명) 대표도 직원 감원을 추진 중이다. 그는 “국내에서는 생산 공임(임금)이 맞지 않아 모두(업체) 해외로 빠져나갔다”며 “국내에서 버티려고 해봐야 빚만 더 늘 뿐”이라고 걱정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강사 8명을 고용해 학원을 운영 중인 정옥구(가명) 원장은 “최저임금과 주휴수당까지 함께 올라 부담이 커졌다”며 “메인 과목이 아닐 경우 수업 시간을 15시간 이하로 조정해 강사를 고용하고 있지만 선택의 폭이 적다 보니 학원 운영은 힘들고, 학생 유치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중구에서 직원 4명을 둔 자동차수리업체 이대구(가명) 대표는 “5~6년차 월급은 240만~260만원인데, 신입직원이 214만원을 받는다”며 “신입직원은 기술을 배울 때까지 2~3년이 걸린다, 기존 직원은 ‘신입과 임금차이가 크지 않다’며 불만이 팽배하다”고 전했다.

지난 2년간 29.1% 오른 최저임금이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만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자화상이다. 현 상태의 최저임금은 지급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층까지 임금 상승분을 감내하는 과정에서 양극화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중소기업계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래 유례가 없던 내년 임금 동결을 촉구하고 나선 이유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15개 단체는 18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통해 “2년간 과도한 인상에 따른 현장의 부작용과 제반 경제여건을 고려해 내년 최저임금은 최소한 동결해야 한다”며 “4대 보험료 등 법정 비용 부담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직원 수를 줄이거나 근로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2년 연속 가장 큰 인상 폭을 기록한 최저임금과 지속적인 경기 부진으로 중소기업계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며 “현재의 최저임금은 정상 궤도를 벗어났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적정성 논란은 국내와 해외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지난 2년간 29.1% 올랐다. 올해 시급 8,350원은 주휴수당 포함 시 1만20원이다. 2년간 인상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4.2%를 웃돈다.

올해 최저임금에 영향을 받는 근로자는 500만5,000여명으로 전체 근로자의 약 25%다. 하지만 최저임금 근로자 82%는 3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임금 인상부담의 대부분을 영세기업이 떠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최소한 일의 대가를 준다는 최저임금 도입 취지에 어긋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못한 미만율은 2012년 9.6%에서 지난해 15.5%로 두 배 가까이 뛰었다. 1~4인 근로자 업종의 경우 이 비율은 36.3%에 달한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최저임금의 인상 속도가 기업의 지급 여력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현장에서는 기업과 근로자, 경제를 관통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우선 내수부진으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은 직원을 줄인다. 직장을 잃은 직원들은 구직에 나서지만, 안정된 일자리를 중소기업에서 찾기 힘들어진다. 그 결과 인력 부족으로 생산력이 약화된 중소기업은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 문제가 산업 전반으로 확대돼 국내 경기가 나빠지는 식의 전개다.

곳곳의 지표가 이런 악순환을 방증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인력난과 인건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제조업 비중은 2017년 3월 4.6%에서 올해 3월 11.2%로 3배가량 뛰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중소기업 비중은 절반에 이르렀다. 예대표적인 제조업인 섬유업과 봉제업은 인건비 비중을 30~40% 감당해야 한다. 인건비 부담을 지고 있는 이런 노동집약적 업종은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서 경쟁력을 일고 있다.

영세상인이 몰린 탓에 소상공인의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소상공인은 약 307만개사다. 이 가운데 근로자 43.9%는 1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 근무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5월 중기중앙회 조사에서 소상공인 33.6%는 최근 1년간 휴업이나 폐업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80%는 올해 영업이익이 악화됐고 77.4%는 매출액이 감소했다. 매출 감소폭은 평균 32.6%다. 앞으로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본 비율은 59.6%에 달했다. 지난 2015년 기준 소상공인의 월 실질소득은 209만원으로 임금근로자(329만원)의 고작 63.5% 수준에 머물렀다.

이날 15개 단체를 대표한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저임금 동결 주장에 따른 노동계 우려에 대해 “2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사용자 측에서 감내했다”며 “근로자 측에서도 중소기업계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달라. 올해만큼은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최저임금 사안을 극복하자”고 호소했다.
/양종곤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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