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집에 없을 때 아이들이 조리를 하다 가스 사고를 내는 건 아닌지 걱정될 때가 많았어요. 저 역시 녹초가 돼 집에 들어와 가스불을 켜놓고 거실에서 깜빡 잠이 든 일도 있었죠. 그래서 ‘가스지키미’를 개발했습니다.”
박나연(54·사진) 코스모테크놀로지 대표는 20일 서울경제와 만나 “가스레인지 관련 사고를 예방하고자 제품을 개발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가스지키미는 박 대표가 코스모테크놀로지를 설립해 출시한 전자식 가스누출확인 퓨즈콕이다.
가스지키미는 가스가 미량이라도 새고 있다면 알아서 가스를 차단해준다. 타이머를 미리 설정해놓고 밸브를 자동으로 닫는 기능도 있다. 조리 중 국물이 넘치거나 바람이 불어 불이 꺼져도 밸브가 닫힌다. 온도 센서도 탑재해 주위 온도가 섭씨 70도 이상이 되면 가스를 차단한다.
박 대표가 가스지키미 개발에 나선 건 지난 2005년. 워킹맘으로서 자녀들의 안전을 계속 챙겨줄 수 없다는 걱정이 창업 계기였다. 박 대표는 원래 일본어 통번역사였다. 박 대표는 “일 때문에 바쁘다 보니 집에 있는 아이들이 혹여나 가스 사고에 노출이 되진 않을까 걱정이 컸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 시제품을 개발한 건 2007년 일본 간사이대학, 러브어쓰테크놀로지와 함께 가스 누출 예방 제품을 연구하면서였다. 이때 국내에 특허도 6개나 등록했다. 그러나 가스지키미가 시중에 나오는 데에는 8년의 시간이 걸렸다.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이다 보니 맞는 안전기준이 없기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인증을 받지 못하면 제품을 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7~8년을 가스안전공사에 ‘인증기준 만들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선진국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없어 기준을 만들어주기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오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2014년 경기도의 ‘전자식 가스누출확인 퓨즈콕의 안전성 연구’라는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가스안전공사도 마음을 열었다. 가스안전공사는 2015년 가스지키미를 위해 ‘전자식 가스누출확인 퓨즈콕 제조의 시설·기술·검사 기준’이라는 이름의 특정상세기준을 마련했다. 올해 5월에는 전자식 가스누출확인 퓨즈콕과 관련된 일반상세기준까지 제정됐다. 박 대표는 “이제는 특허만 침해하지 않는다면 누구나 전자식 가스누출확인 퓨즈콕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며 “저희 제품이 그 출발점이 됐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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