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업계에서도 이런 초콜릿, 그것도 다크 초콜릿폰과 같은 컬러감으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나무가 있답니다. 바로 아프리카에서 온 ‘웬지(wenge)’입니다. 주로 웬지라고 읽지만 사람에 따라 벵게 혹은 다른 이름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답니다. 오늘은 모던하고 세련된 나무 ‘웬지’를 알아보겠습니다.
처음부터 계속 언급했던 웬지는 다크 초콜릿의 브라운 컬러가 매우 매력적인 나무입니다. 단순히 짙은 컬러라서가 아니라 변재(통나무의 겉부분) 쪽의 밝은 컬러와 대비를 이룬 덕에 짙은 브라운이 더욱 두드러지죠. 게다가 잔 가지를 많이 뻗지 않고 곧게 자라는 특성 덕에 정돈되고 바른 목리를 자랑합니다. 쭉쭉 뻗은 가지런한 나뭇결이 모던한 형태의 인테리어 표현과 잘 어울리죠.
예전에 아메리카블랙월넛을 소개하며 말씀드렸던 것처럼 20년 전쯤부터 인테리어 업계에 젠(zen) 스타일이 크게 유행했는데, 당시 차분한 컬러감을 내세운 웬지는 마치 걸그룹의 센터 가수와도 같은 화려한 존재감을 뽐낸 적도 있습니다.
웬지는 ‘캐더럴그레인(Cathedral Grain)’이라는 무늬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해 내는 나무이기도 합니다. 캐더럴 무늬란 이름처럼 성당의 정문 아치와 같은 패턴을 말합니다. 다른 나무들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발견되지만 보통의 나무는 간격이 균등하지 않아 혼란스럽게, 때로는 무섭게 표현되기도 하죠. 하지만 웬지는 특유의 가지런하고 정돈된 나뭇결로 인해 이 캐더럴 무늬가 아주 예쁘게 표현됩니다.
웬지는 서아프리카에서 자생하는 나무로 길이가 20~ 25 미터까지 자라고 직경도 60~100cm까지 곧바르게 자라는 나무입니다. 가장 무겁고 단단한 목재 중 하나로 특히 가로축의 강도가 강해 구조재로도 쓸 수 있을 정도입니다.
성격은 다소 까칠하다고 해야 할까요. 다른 아프리카 나무들이 흰 개미의 공격에 약한 것에 반해 웬지는 높은 밀도로 안전하게 방해하는 것은 물론 병충해에도 강한 특성을 보인답니다. 대신 건조 시에 갈라짐 현상이 많이 발생하는 등 건조가 아주 까다롭습니다. 건조가 완료된 경우에도 장소가 바뀌면 다시 갈라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등 다루기가 어렵죠. 때문에 갈라짐이 없는 웬지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합니다. 제작·가공 시에도 껍질 표면에 붙어있는 가시로 인해 작업자가 많이 다치는, 가구로 제작하기 쉽지 않는 나무입니다. 특징을 적고 보니 정말로 까칠한 나무군요.
웬지는 최근 아프리카 현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벌목과 화전으로 인해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가장 고급으로 대접받는 콩고산 나무는 오랜 내전으로 인해 벌채 후 다시 식재되지 못해 국제 간 거래에 있어 몸값이 점점 높아지고 있죠.
무채색의 인테리어가 각광받고 있는 요즘, 대리석이나 스틸, 블랙·그레이·화이트 컬러와 찰떡궁합인 나무를 찾고 계신다면 웬지의 이름을 꼭 기억해 주세요.
■최정석은
나무를 사랑하는 20년 경력의 가구장이다. 온라인 인테리어 유통기업인 ‘스튜디오삼익’의 대표이사이자 나무 애호가들 사이 명성 높은 ‘죽산목공소’와 ‘우드아카데미’의 마케터, 강사로도 활약하고 있다. 우드아카데미는 필자가 함께 배우고 강의하는 목재 수업의 이름이자 목재해부학 박사님이신 정연집 선생님을 중심으로 여러 강사진과 회원들이 배움을 나누는 터이다. 필자는 자신이 배운 지식들을 다시 나눈다는 마음을 담아 칼럼 제목을 ‘우드아카데미’로 지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