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화장품 시장에서 ‘K뷰티’ 인기가 꺾이지 않고 있다. K팝, K푸드 열풍에 이어 전세계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커머스 시장 성장으로 판로 확대에 숨통이 트인 국내 기업들이 좁은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역직구 시장에 진출하며 K뷰티에 관심 높은 전 세계 소비자들을 공략하고 있다.
‘글로벌’과 ‘온라인’을 핵심 키워드로 최근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곳은 국내 대표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올해 일본 라쿠텐에 ‘K뷰티 전문관’을 오픈한 데 이어 해외 소비자 전용의 자체 이커머스 플랫폼인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론칭하며 한국 화장품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국내 화장품 유통업체 최초의 글로벌플랫폼= 올리브영이 지난 10일 론칭한 글로벌몰은 해외 소비자들이 현지에서 한국 화장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K뷰티 역직구몰이다. 국내 화장품 유통 사업자가 특정 국가가 아닌 다국적 소비자 대상으로 글로벌몰을 구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리브영은 해외 유통 채널 입점을 넘어 자체 운영 플랫폼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승부수를 던졌다. 올리브영의 글로벌 인지도를 높임과 동시에 국가별 시장 조사를 위해서도 글로벌몰을 전략적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글로벌몰은 150여개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올리브영이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현지 소비자 분석과 사전 상품 테스트를 통해 기초와 색조화장품부터 탈모와 같은 기능성 헤어제품, 재미있는 콘셉트의 바디제품, 화장 소품까지 총 130개 브랜드의 1,000여개 제품을 1차로 엄선했다. 현재 영어 서비스를 시작으로 중국어와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를 단계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플랫폼 구축으로 아시아, 동남아에 국한됐던 K뷰티 진출 시장도 대폭 확대될 전망이다. 올리브영은 글로벌몰의 1차 공략 국가로 전세계 화장품 시장 규모 1위의 미국을 선정했다. K뷰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지 소비자와 교민들을 대상으로 좋은 품질과 합리적인 가격의 한국 화장품을 다양하게 큐레이션해 제안하고 K뷰티 트렌드를 발 빠르게 전파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에 K뷰티 전파…중국·동남아 진출도= 올리브영은 올해 글로벌몰 외에도 특정 국가를 겨냥한 글로벌 진출 전략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지난 5월 말에는 일본 전자상거래 1위 플랫폼인 ‘라쿠텐’에 K뷰티 전문관을 오픈하며 일본 Z세대(1990년 중반 이후 출생자)가 선호하는 한국 화장품의 역직구(해외직접판매)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현재 일본은 일명 ‘한국식 얼짱 화장법’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만큼 10~20대 사이에서 색조와 기초화장품 중심으로 K뷰티 열풍이 거세다. 올리브영은 명동 본점 등 국내 주요 관광상권에서 일본인 관광객들이 많이 구매하는 제품을 분석하고, 이들에게 인기 있는 색조와 마스크팩, 기초화장품 등 3개의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라쿠텐 내 K뷰티 전문관을 꾸몄다.
일본 시장을 타깃으로 한 자체 브랜드도 론칭했다. 지난달 1일 출시된 ‘컬러그램톡(colorgramTOK)’은 한류를 대표하는 뷰티와 음악이 결합된 국내 최초의 ‘팝메틱(팝+코스메틱)’ 브랜드다. 기획 단계부터 일본, 동남아 등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첫 번째 뷰티 아이콘으로 한일 합작 걸그룹 아이즈원(IZ*ONE)을 발탁해 브랜드의 로고, 제품, 패키지 등을 모두 아이즈원의 콘셉트와 연계해 개발했다.
컬러그램톡은 지난달 중순 일본에서 열린 ‘KCON 2019 JAPAN’에 참여하며 일본 시장에 성공적인 첫발을 내디뎠다. 브랜드를 체험하고 제품을 직접 바르며 즐길 수 있는 부스가 운영된 가운데 아이즈원의 포토엽서가 함께 구성된 세트 상품은 판매 하루 만에 소진됐다. 인기 상품인 ‘컬러그램톡 글로우팝 틴트’ 와 ‘컬러그램톡 밀크영롱 섀도우’는 준비 수량 1,000여 개가 모두 완판되는 등 K뷰티에 대한 일본 Z세대의 열띤 반응을 실감케 했다.
또 올리브영은 자체 브랜드를 통해 오프라인 채널 진출도 강화할 계획이다. 색조브랜드 ‘웨이크메이크(WAKEMAKE)’는 올리브영 자체 브랜드 최초로 지난해 9월 말 대만 대표 드럭스토어인 ‘코스메드(COSMED)’ 플래그십에 입점했다. 첫 해외 진출 국가로 색조 수요가 높은 대만을 선택해 지난해 말까지 20여개 매장으로 입점을 확대했다. 향후 중국·동남아 등 주요 국가의 오프라인 매장과 일본 온라인 마켓 등으로 판매 채널을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포부다.
◇국내 중소업체의 해외 진출길 닦는 올리브영= 올리브영을 통해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 길도 활짝 열렸다.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 만든 브랜드는 올리브영 전체 입점 브랜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올리브영 글로벌몰을 활용해 해외 소비자 반응을 파악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기회도 모색할 수 있게 됐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올해부터 차별화된 상품 경쟁력을 앞세워 해외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글로벌 K뷰티 플랫폼’ 사업자로 도약할 것”이라며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의 해외 진출 교두보 역할에 충실하며 히트상품을 육성하고 K뷰티 세계화에 앞장서겠다”고 전했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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