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 국산화 지원에 2,7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반영을 추진하고,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 일본을 대체해 수입하는 품목에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하기로 했다. 지난 19일 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핵심 부품소재 연구개발(R&D) 비용 세액공제,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화학물질 R&D 인허가기간 단축, 특별연장근로 허용 등의 단기 조치에 이어 극일(克日)대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21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대응과 관련해 추경에 2,730억원을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최종 증액 규모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여야가 협의해서 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재부가 지난 12일 1차적으로 긴급 소요 예산을 취합했을 때는 1,214억원이었고 이후 산업통상자원부, 중기벤처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에서 총 7,929억원을 추가로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다만 여야 대치로 6조7,000억원 규모 추경안의 국회 처리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점이 변수다. 대표적으로 산업부는 대일 무역역조가 높은 핵심 품목과 대외 의존도가 높은 분야에 대한 시급한 R&D를 위해 2,500억원 증액을 요구했다. 아울러 당정은 이번 추경을 통해 목적예비비를 3,000억원 더 확보해둘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여당 예결위 간사인 윤후덕 민주당 의원은 유사시 신속 대응하기 위해 목적 예비비 용도에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을 추가하고, 1조8,000억원에서 2조1,000억원으로 3,000억원 증액하자는 의견을 냈다. 특히 정부는 일본을 대체해 다른 국가에서 들어오는 반도체 소재에 관세를 면제해주는 ‘할당관세’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할당 관세는 정부가 정한 특정 수입 품목에 대해 최대 40%의 관세를 한시적으로 감면해주는 제도다. 일본산이 아닌 다른 나라의 반도체 소재·부품을 수입하게 되면 관세를 깎아줘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낮춰주자는 취지다. 현재 불화수소의 경우 전체 수입량의 절반을 일본이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 관계자는 “일본이 전면적으로 수출규제를 확대할 경우와 다른 국가 품목이 일본산을 대체할 수 있는지 등이 확인돼야 시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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