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경제수석의 청와대 입성 이후 공석이 된 기획재정부 1차관 자리가 한 달이 넘도록 채워지지 않고 있다. 성장률 등 주요 경제지표가 추락하고 일본 수출규제를 비롯한 현안이 산재한 상황에서 너무 방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관가를 중심으로 나온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청와대 경제라인 인사 이후 한 달이 훌쩍 넘게 1차관 공석이 이어지고 있다. 관행적으로 차관은 공백을 오래 두지 않고 즉각 임명해왔기에 이렇게 오랜 기간 1차관을 채우지 않은 건 어느 정부에서건 처음이다.
기재부 1차관은 경제정책과 조세, 국제금융 및 대외정책 등의 업무를 책임지고 있다. 특히 범부처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비롯해 혁신성장 정책금융협의회 등 수십 개 회의체의 콘트롤타워 역할과 함께 이따금 부총리 대행 역할도 한다. 이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정작 핵심 경제정책기획 라인 인사는 내팽개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장 일본 정부는 오는 8월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릴 전망이다. 기재부는 이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2019년 세법개정안 같은 굵직한 현안을 1차관 없이 소화했다. 현재는 차관회의 등 주요 회의를 구윤철 2차관이 모두 챙기고 있다. 일본 수출규제 현안에다 1차관 마저 없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번 여름 휴가를 반납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세종청사에 나와 간부회의를 갖고 일본 수출규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후임 차관으로는 차영환(행시32회) 국무조정실 2차장이 유력한 것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검증 대상에 오른 후보군으로는 구윤철(행시32회) 2차관의 수평 이동설도 나온다. 그 외 황건일(행시31회) 세계은행(WB) 이사, 정무경(행시31회) 조달청장, 방기선(행시34회) 기재부 차관보도 거론됐다. 일각에서는 차관 선임이 미뤄지는 이유가 청와대 검증 과정에서 각종 투서들이 난무하면서 일부 유력 인사가 낙마했기 때문으로도 해석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금 같은 비상시국에 주요 정책을 조율하는 1차관을 장기간 비워두면서 내부에서 없어도 되는 자리인가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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