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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잘못했다 뭇매 맞을라 … 하반기 경영계획도 못 세워

■ 한일 시작된 경제전쟁...유통가 전전긍긍

日맥주·SPA브랜드 불매운동 거세

단기적으론 韓 제품 이익본다지만

오히려 전체 매출 줄며 '악재'

마구잡이식 불매리스크 피해우려





국내의 한 화장품 브랜드는 최근 하반기 프로모션을 모두 잠정 중단하고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 요즘 같은 때 마케팅을 잘못했다가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을뿐더러 마케팅 비용 대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다른 브랜드들도 숨죽이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라며 “이럴 때는 조용히 있는 것이 상책”이라고 털어놓았다.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하면서 기업들은 일본 관련 불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릴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일본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기업은 숨죽이고 관련이 없는 기업도 괜한 뭇매를 맞을까 몸을 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일본 불매를 넘어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결국 경기둔화의 기폭제가 될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 관련 기업 이미지는 ‘살생부’=요즘 같은 상황에서 일본과 엮이는 것은 주홍글씨가 되는 분위기다. 불매운동이 한 달을 맞으면서 리스트 또한 점차 방대해지고 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에 유통·의류·담배 등 각종 소비재를 망라한 불매운동 대상 기업 리스트가 점차 늘어나면서 이에 포함된 기업들은 속을 태우고 있다.

롯데 계열사는 일본 불매운동 관련 매출 데이터를 당분간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롯데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내용의 글이 올라올 경우 댓글 등으로 적극 해명하고 있다. 롯데의 한 관계자는 “국민정서적인 부분이라 적극 대응하기도 어렵고 어떻게 오해를 풀어야 할지 고심 중”이라고 털어놓았다. 기업들은 일본과 관련한 작은 움직임까지 예의주시하면서도 일본 관련성을 적극 해명하는 것은 최대한 피하자는 입장이다. 똑똑한 소비자들이 일본과 적은 연관성까지 찾고 있는 분위기에서 오히려 적극 해명하는 것이 기업과 일본의 접점을 도드라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유통업체의 경우 다이소·쿠팡·세븐일레븐 등이 현재 일본과 관계 없음을 밝혔음에도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됐다. 쿠팡은 자사가 일본 기업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례적으로 입장문까지 발표하며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쿠팡은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국내에서 운영한다”며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해 이미 2만5000명의 일자리를 만들었으며 연간 1조원의 인건비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다이소로 유명한 아성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가 34.21%의 지분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일본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아성 다이소는 일본 다이소에 로열티를 지급하거나 경영 간섭을 받지 않고 일본에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수출까지 하는 엄연한 한국 기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불매 이유는 사라질까 우려…성장률 1% 전망도=유통업체들은 이미 장기화된 불황과 변화하는 유통 패러다임 사이에서 고전을 면하지 못하는 상황에 일본 불매가 소비심리 위축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한다. 일본산 대신 국내산을 찾아야 한다는 심리는 긍정적이지만 결국 소비 자체를 유보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불매운동이 장기화할 경우 불매운동의 이유는 사라지고 소비심리 위축만 남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한 유통업계 임원은 “일본산 불매운동이 가속화·장기화하면 소비심리는 더 꽁꽁 얼어붙어 우리 경제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근심을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무역보복으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이 1%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이번 불매운동이 내년 총선 때까지 장기화할 조짐이 보이며 국내에서도 일본 핵심부품 의존도에 대한 정확한 파악과 국산화 가능성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동안 수출은 국가 주도로 관리된 부분이 있지만 수입은 개별기업이 따로따로 대응해온 상황”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핵심소재 국산화와 대체재 마련 여부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사이익 얼마나 있을까=불매운동으로 타격이 가장 큰 제품은 일본 맥주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 맥주의 매출 신장률은 전월 대비 64%나 감소했다. 국산 맥주 매출은 13.6% 증가하는 등 반짝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전체 맥주 매출은 1% 성장에 그쳤다.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 7월이 맥주 성수기인 점을 감안하면 일본 맥주 불매운동으로 오히려 전체 매출이 줄어든 셈이다.

맥주를 제외한 다른 업종은 일본 불매운동 효과에 따른 수혜가 실질적으로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대표 SPA브랜드인 유니클로에 대한 불매운동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됐던 국내 SPA브랜드들의 경우 매출 변동이 없거나 오히려 감소하기도 했다. 이마트의 SPA브랜드 ‘데이즈’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 대비 7% 떨어졌다. 신성통상의 ‘톱텐’과 이랜드 ‘스파오’ 역시 매출이 제자리다.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유니클로를 사지 않는다고 해서 곧장 국내 브랜드로 대체하지는 않고 구매를 유보하는 성향을 보이는 실정”이라며 “일본 불매로 줄어든 감소분만큼 국내 브랜드로 유입되지 않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김보리·박성규·변수연기자 bori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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