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수 윤종신은 12년간 진행한 한 예능프로그램에서 모든 방송을 하차하겠다는 고별방송을 했다. 낯선 환경에서 이방인으로서 자신만의 음악을 위해 다른 도전을 해보겠다는 이유에서인데, 그의 나이 50세에 하는 결심이라는 점에서 작은 울림이 있었다.
50세란 어떤 나이인가. 그의 말마따나 ‘젊은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마지막 숫자가 50이고, 아직 좌충우돌할 수 있는 나이, 체력적으로도 문제 없는 나이’이다. 과거의 50세는 노년의 길에 접어든 나이였으나 2019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식하는 노년이란 70세로 훌쩍 상향되었다. 이제 50세는 X세대인 40대, 영포티(Young Forty)의 연장선인 여전히 젊은 사람이다. 커리어 면에서 경험과 능력이 최고치인 나이이며 소득과 자산도 가장 높은 시기이다.
인생의 절정기라고 할 수 있는 50세이지만 그 절정에 취해서 살 수 없는 것이 또 지금의 현실이다. 육체적 노년은 70대이지만 사회적 은퇴는 여전히 50대 중반이기 때문이다. 사회적 은퇴란 정기적인 소득의 흐름이 중단된다는 점에서 경제적 은퇴라고도 할 수 있다. 100세시대의 길어진 수명으로 경제적 은퇴 이후 예상보다 크게 증가한 필요 생활비가 노후 생활의 큰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런 현실은 이번 달 17일 금융위에서 주택연금 가입 연령을 60세에서 55세로 낮출 것이라는 발표에서도 보여진다. 보도 기사에서도 실질적인 퇴직시기가 더 일찍 도래하고 있는 세태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추석 전 발표된 8월 고용동향 통계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8월 우리나라 취업자수는 1년전보다 45.2만개로 크게 증가했다. 경기가 좋아졌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지만 일부 시각에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든 노인 일자리가 60만개가 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있다. 중요한 점은 소득이 필요해 일자리를 찾는 노인이 미래에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은퇴 이후의 긴 시간 동안 필요한 생활비는 재직 기간 동안 충분히 모아두기 힘들다. 은퇴 이후에도 소득 창출이 필요하다는 얘긴데, 그러기 위해서는 한창 잘나가는 지금부터 능동적인 경력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20대 처음 구직할 때의 ‘입사 합격만 되면 뭐든지 열심히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욕과 호기심 장착이 다시 필요한 시점이다. 다른 점은 오히려 지금이 더 선택의 폭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경력을 미래에 연결될 수 있도록 현재의 커리어를 개발하는데 더욱 노력할 수도 있고, 그 동안의 관심사를 특기로 발전시켜 새로운 직업에 뛰어들 수 있다. 지금까지는 직장에서의 승진과 평가를 위해 노력했다면 내가 선택하게 될 앞으로의 직업은 심리적인 만족까지 줄 수 있는 분야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50세는 인생의 절정기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이 시기에 만족하며 안주한다. 하지만 50세는 인생의 균형점이기도 하다. 이미 온 거리가 많은지, 앞으로 나가야 할 거리가 많은지 균형의 추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현재의 정체성이 규정될 것이고 이에 따른 할 일이 정해질 것이며 미래의 삶이 달라질 것이다.
가수 윤종신의 선택은 50세라는 나이가 앞으로 나가야 할 거리가 더 길다고 보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이다. 그의 선택은 음악적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일반인들에게 시대는 더 나은 노후의 삶의 질을 위해 안주하지 말기를 요청하고 있다.
윤종신의 노래 ‘늦바람’의 가사가 유독 공감된다. 인생 한가운데서 늦바람이 난 모든 50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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