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030200)가 내년 중 무게를 대폭 줄이고 가격을 절반가량으로 낮춘 신형 5세대 이동통신서비스용 가상현실(5G VR) 체험기기를 내놓는다. 머리에 착용해 고글처럼 쓰는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형태다. 일반 소비자들의 VR콘텐츠 이용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6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KT는 중국의 한 VR HMD 제조사와 함께 내년 출시를 목표로 지금보다 무게와 가격을 각각 절반 수준으로 떨어뜨린 기기(테더드 HMD)를 개발 중이다. KT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최근 기자와 만나 “5G 스마트폰의 중앙처리장치(CPU)나 메모리 같은 주요 자원을 HMD가 연동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개발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HMD에 CPU, 메모리 등을 별도로 탑재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만큼 무게와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다.
이미 시중에 VR HMD제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됐지만 대부분 얼굴에 착용하기에는 무겁고, 가격이 비싸서 폭발적인 수요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VR기술과 콘텐츠 시장의 성장도 기대에 미치지 못해 전반적인 산업혁신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KT도 앞서 ‘슈퍼 VR’을 통해 일체형 HMD를 40만원 대에 시판하고 있지만 가격대가 높아서 대중화에 한계를 겪어왔다. KT는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고자 이번 신제품 개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KT의 관계자는 “기기 값 부담은 VR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가격 장벽을 낮춘다면 이용자가 훨씬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KT는 VR 생태계 확장을 위해서라면 경쟁사들과도 손잡고 상생하겠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SKT)과 공동 노력을 전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 2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한 VR관련 전시행사에서 양사 고위 관계자들이 만나 VR콘텐츠 및 서비스 전반에 대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KT는 또한 아프리카TV,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제휴협약을 맺었다.
KT는 VR 전용 콘텐츠도 대폭 보강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실황 중계가 VR 만의 차별화를 선도할 것으로 내다보며 관련 콘텐츠 수급에 주력하고 있다. KT의 한 관계자는 “직접 가지 않아도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공연과 경기 등 라이브 콘텐츠가 VR 시장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기 아이돌 그룹 콘서트 같은 킬러 콘텐츠를 서비스하려면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만큼 이용자 저변 확대와 발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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