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D 사업에서 다양한 고객군을 대상으로 새로운 수익모델, 새로운 사업 방식을 만들어 내야 합니다.”
정호영(사진) LG디스플레이(034220) 사장이 지난 14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례 없는 위기상황에 있고 앞으로 이를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부한 말이다.
정 사장의 발언에서는 지금껏 주력이었던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이 중국 의 맹추격으로 손실을 기록 중인 가운데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서 확실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다만 OLED에 증설에 투입할 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업체들의 연이은 대형 OLED 시장 진출에 험로가 예상된다.
15일 디스플레업계 등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해 3·4분기 누적 손실이 1조원 가까이 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올 1·4분기에 이미 1,32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2·4분기에는 손실액은 3,687억원으로 손실 규모가 늘었다. SK증권은 최근 “LG디스플레이의 3·4분기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소폭 증가한 5조 5,000원인 반면 LCD TV 패널 가격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져 4,490억원의 영업손실이 우려된다”고 밝히는 등 손실 규모가 계속 커지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달 정 사장 취임 후 보름여만인 이달 4일 임원 및 조직의 25%를 감축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발 빠른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과제가 산적해 있다. 우선 희망퇴직을 통한 군살 빼기에 나서야 한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생산직 기준 2,000여명의 직원을 줄이고 내년 LCD 라인 중단 시점에 맞춰 3,000여명을 추가로 줄이는 등 5,000명 이상을 감축할 것으로 전해졌다. 고정급의 3년치를 위로금으로 지급하는 만큼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OLED로 ‘올인’하겠다는 목표가 예상대로 추진될 지도 의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라인 증설 및 파주 10.5세대 OLED 라인 가동을 앞두고 있지만 올해 영업손실 규모만 1조원이 넘는데다 내년 반등도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재원 확보 부담이 상당할 전망이다. 특히 디스플레이 장비의 감가상각은 5년 정도에 불과해 LCD가 OLED라인이 자리잡을때까지 ‘캐시카우’ 역할을 해줘야 하지만 되레 OLED가 LCD 손실을 메우는 형국이다. 최근에는 LG전자가 일부 보급형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중국산 OLED를 채택하는 등 중소형 OLED 시장에서도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 정 사장이 전날 직원들에게 “회사 주요 과제들을 속도감 있고 강도 높게 추진해나가지 못한다면 회사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호소한 것 또한 이 같은 어려움 때문으로 풀이된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만큼 비용절감 등 LG디스플레이 앞에 놓인 단기 과제는 누구보다 빠르게 해결할 것”이라며 “다만 마이크로 LED나 퀀텀닷(QD) OLED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나가는 삼성과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무차별 물량공세 사이에서 미래 해법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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