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은 넘치는데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리츠 청약 등 부동산 관련 상품에 게릴라성으로 몰리고 있다. 그러나 주식·사모펀드 등 위험자산 시장에서는 빠져나가면서 초단기 안전자산에 머무는 ‘자금의 부동화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20일 NH프라임리츠 공모주 청약에 7조7,499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면서 317.62대1을 기록했다. 이는 그동안 이뤄진 리츠 공모 경쟁률 중 가장 높은 수치다. 이보다 앞서 이뤄진 롯데리츠 청약에서는 약 4조7,610억원이 몰리면서 경쟁률이 63.28대1을 기록했다. NH프라임리츠는 서울스퀘어 등 서울 시내 주요 프라임빌딩에 투자해 연 5%대의 배당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준다. 일반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과 달리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기대하는 상품임에도 7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한꺼번에 몰린 것은 그만큼 부동산을 겨냥한 투자자들의 수익추구 기대감이 강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국내 MMF 설정액은 지난달 말보다 10조1,861억원 늘어난 125조6,25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에도 MMF 설정액은 13조2,435억원 늘어나 두 달간 23조원 이상 급증한 셈이다. 정부가 금융투자 시장과 관련해 엇박자 규제정책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결국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이 주식 등 금융투자 시장보다는 부동산으로 움직이거나 초저금리에도 은행 예적금에만 쌓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은행권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정기예적금 잔액은 706조7,86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조8,566억원 증가했다. 올 1월(642조7,746억원)과 비교하면 64조원이나 늘었다. 1% 초중반까지 떨어진 금리와는 정반대 흐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높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의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한 것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120조원 규모의 파생결합증권시장 자금 중 상당 부분이 이탈해 부동산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혜진·빈난새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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