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한국에 투자해온 미국계 투자회사가 주식형 공모펀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한국 증시가 저평가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서한을 보내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임성윤(사진) 돌턴인베스트먼트 시니어 애널리스트는 5일 서울경제와의 통화에서 “자본시장의 기본인 주식형 공모펀드가 고사상태인데 정부가 사모펀드 촉진책을 내놓는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결국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했고 이에 공식적인 건의를 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돌턴인베스트먼트는 ‘대한민국 정부 및 국회에 드리는 제안-상장 주식시장 및 주식형 공모펀드 정상화’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냈다. 미국 샌타모니카에 본사를 둔 돌턴인베스트먼트는 지난 1990년대 말부터 한국에 투자해왔으며 현재 약 2,000억원 규모로 국내 상장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임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시장에서 전체 펀드의 규모는 총생산(GDP)의 66%인 데 반해 한국 펀드는 33%에 불과하다”며 “그중에서도 주식형 공모펀드 규모는 약 60조원으로 GDP(1,893조)의 약 3% 수준으로 세계 시장(약 25%)보다 훨씬 작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대체투자가 발달한 미국과 견줘도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국민의 자산 증식을 위해서는 상장 주식과 주식형 공모펀드가 기본자산 중 하나가 되고 전문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모펀드는 부가적 역할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한국은 반대”라고 지적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주식형 공모펀드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빠지고 개인투자자들은 바이오주 등에만 단기 투자를 하면서 한국 증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는 외국인투자가는 시장의 가격원리가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지속적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투자가의 경우 거의 패시브 펀드 자금”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자본시장이 정상화되려면 주식형 공모펀드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와 국회가 정상화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고 배경을 충실히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비지배 주주이익 침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상법상 이사의 선관의무에 ‘주주 비례적 이익’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투자자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를 더 적극적으로 이행하도록 독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 애널리스트는 또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이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도록 세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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