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구조조정 시급=유통업계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롯데 유통BU의 후속조치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롯데마트 구조조정이다. SSM은 롯데뿐 아니라 업계 전체가 부진의 늪에서 헤매고 있다. 일상의 장보기가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는데다 각종 규제의 벽에 막혀 사업 확장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롯데가 마트와 슈퍼를 어떤 형태로든 결합해 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을 높이려고 할 것으로 본다. 롯데 마트 내의 그로서리 섹터를 롯데슈퍼로 대체하는 등 숍인숍 개념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 롯데마트 총 점포 수는 529개다. 이 중 80%가량이 직영점이고 가맹점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80%에 해당하는 점포는 회사 측 전략대로 구조조정할 수 있는 셈이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맹점은 쉽게 구조조정하기 어렵지만 직영점은 회사가 결정하는 대로 처리할 수 있다”며 “이런 면에서 롯데슈퍼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때 SSM 업계는 직영점의 경우 ‘대기업이 직접 운영하는 형태’여서 추가 출점이 어렵고 가맹점을 늘리는 전략을 가동한 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혔고 현재는 직영점 비중이 큰 것이 오히려 다행인 상황이 됐다.
◇하이마트 자산 유동화 나설까=롯데하이마트는 자산 유동화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롯데하이마트 같은 가전양판점은 지난해까지 다른 오프라인 유통과 달리 업황이 좋았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급격히 부진해졌다. 전자랜드 등 다른 가전 전문점뿐 아니라 삼성디지털플라자·LG베스트샵 등 가전회사 계열 양판점도 마찬가지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롯데하이마트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현금을 확보해 부채를 줄이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롯데하이마트 전국 점포는 465개로 이 중 토지와 건물을 직접 소유한 자가점포 비중은 10%를 조금 넘는다. 자가점포 수는 적지만 상권이 좋은 곳에 있어 땅값은 상당하다. 롯데하이마트는 대략 5층으로 설계돼 땅은 점포당 300~400평 정도지만 상권을 감안하면 유동화할 경우 상당한 돈이 된다. 올해 9월 말 기준 롯데하이마트 자산은 3조4,267억원이고 이 중 부채는 부채 1조3,410억원이다. 자산 유동화로 부채를 줄이면 위기에 버틸 체력을 보강할 수 있다.
◇e커머스 인력 구조조정 솔솔=롯데 유통BU의 ‘미래’인 e커머스 부문은 인력 구조조정 얘기가 나온다. 롯데가 당초 꿈꾸던 e커머스의 미래는 기존 오프라인 유통 네트워크와 완벽하게 결합돼 막강 시너지를 내는 온라인 사업이었다. 이런 꿈을 바탕으로 설계한 것이 내년에 본격 출범하는 ‘롯데ON’ 사업이다. 그러나 최근 롯데그룹 수뇌부에서 이 같은 시너지를 내는 온라인 사업은 실현 불가능한 게 아니냐는 회의론이 나왔다는 얘기가 들린다. 시너지 차원에서 온라인 사업을 생각할 게 아니라 다양한 유통사업의 ‘라인업’ 중 하나로 e커머스를 봐야 하다는 것이다. 만약 방향전환을 결정한다면 e커머스의 내부 육성이 아니라 기존 업체 인수가 맞는 선택이 된다. 그렇게 되면 기존 e커머스 인력 구조조정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한편 롯데 유통BU가 기존 5명 대표 체제를 버리고 강희태 BU장이 전략과 기획·인사·재무 권한을 모두 갖도록 한 것은 이른바 후선업무(경영지원)를 단일화해 효율과 스피드를 높인다는 의미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중복 업무를 단일화해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맹준호·허세민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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