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째 적자를 내고 있는 현대로템(064350)의 신용등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미 채권유통시장에서는 등급 하락을 기정사실화하며 평가손을 보고 내다 파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A등급에서 BBB등급으로 내려가는 이른바 ‘크레디트 클리프(Credit Cliff·금리 절벽)’에 직면하면서 조달금리가 3%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채권유통시장에서 현대로템 회사채 금리는 자기등급 대비 약 40bp(1bp=0.01%포인트)가량 높아졌다.
채권시장에서 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기업 리스크가 커지면 이를 판매하려는 기관들이 늘면서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높아진다. 현대로템이 발행한 회사채는 동일 신용등급(A-)인 다른 회사들과 금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이 조만간 떨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은 ‘A-’로 한 단계만 떨어지면 ‘BBB+’ 등급이다. 이 회사의 채권을 들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은 등급이 변경되면 현대로템을 처분하고 새로운 A급 회사채를 채워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 등급 하락을 우려한 기관들이 먼저 매도에 나선 셈이다.
3년 연속 적자폭을 확대하면서 올해 현대로템의 신용등급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현대로템의 등급 전망에 ‘부정적’ 꼬리표를 달았다. 한국기업평가도 지난달 말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Watch list)에 포함시켰다. 현대로템의 신용등급 강등 검토요인으로 △영업이익 0% 미만 △조정부채비율 300% 초과 △차입금의존도 30% 초과 등을 제시했다. 현대로템의 조정 부채비율은 지난 2017년 187%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다시 411.3%로 치솟았다. 차입금 의존도도 39.7%로 전년 동기보다 5.1%포인트 증가했다. 재무구조가 악화하면서 영업손실 규모도 1,962억원(2018년)에서 2,532억원(2019년)으로 되려 늘었다.
주력사업인 철도 부문의 경쟁이 심화하면서 수주 여건과 영업 채산성이 떨어진 영향이 컸다. 사업환경이 크게 위축된 플랜트 부문도 수익을 깎아 먹었다. 최대주주인 현대차(005380)그룹은 올해 이용배 현대차증권 사장을 로템으로 이동시키며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현대로템은 올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과장급 이상 희망퇴직 실시, 사업 부문 정리 등 자구노력을 진행하고 있지만 단기간에 실적을 끌어올리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현대로템의 자금 조달 금리는 3%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4일 기준 A-와 BBB+의 등급금리 차이는 3년물 기준 2.618%포인트다. A급 꼬리표를 떼는 순간 금리가 2%대에서 5%대로 치솟는 것이다. 등급 하락에 따라 평가손을 본 기관들이 한동안 청약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 IB 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에서도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공하거나 금융기관 차입 등 다른 조달 방안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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