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8년 연속으로 ‘AA-’로 유지했다. 신용등급 전망도 ‘안정적’으로 변동이 없었다.
피치는 12일 “한국 신용등급(AA-)이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과 고령화·저성장에 따른 중기 도전과제 하에서 양호한 대외·재정건전성, 지속적인 거시경제 성과를 반영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이 같이 발표했다.
피치는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2.3%로 지난해 8월 전망치를 유지했으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관광업·소매판매 영향, 공급망 교란을 통해 성장의 새로운 하방 위험요인”이라고 주목했다. 또 정부의 재정 조기집행 추진에 따라 지난해 4·4분기에 이어 올 상반기도 정부 지출이 주요 성장 동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수출 규제의 파급효과는 제한적인 바, 기업 심리 위축 가능성은 있으나 공급망 교란 발생 여부는 불명확하다고 진단했다.
피치는 확장재정으로 인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1.5% 적자를 전망(관리재정수지-3.5%)했다. 현 정부에서 중기적으로도 보다 확장적인 재정 기조로의 상당한 전환이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피치는 GDP 대비 부채비율이 2019년 38%에서 2020년 40.7%로 증가하나, 이는 AA 등급 중간값 39.5%를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한국 정부가 단기 재정확대를 할 수 있는 재정여력을 보유했다”고 봤다. 다만 2023년 GDP대비 부채비율이 46%까지 증가할 경우 확장 재정에 따른 생산성·성장률 제고 여부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압력으로 작용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통화정책의 경우 올해 0.5% 수준의 저인플레이션이 지속돼 한국은행이 경기부양 등을 위해 연내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정학적으로는 북한 관련 외교 노력이 정체되고 불확실성이 높은 바, 북한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국가 신용등급을 제약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피치는 오는 4월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할 경우 현재 정책 방향이 유지되나, 야당이 승리할 경우 남은 임기동안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전략 및 대북 협상 노력에 어려움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피치는 지정학적 위험의 구조적 완화, 거버넌스 개선, 성공적인 구조개혁의 결과로 높은 성장률이 유지될 수 있다는 증거 등을 향후 신용등급 상향 조정요인으로 제시했다. 하향 요인으로는 한반도 긴장의 상당한 악화, 예기치 못한 대규모 공공부문 부채 증가, 예상보다 낮은 중기 성장률 등을 꼽았다.
/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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