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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그널] 장남도 경영참여…깨끗한 나라 '매각설' 잠재울까

오너3세 정규씨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예정

오너 경영 강화해 매각설 불식시키기 나서

누나 최현수 대표 본격 실적 내는 상황에서

최대주주 어떤 역할할지 주목





생활용품기업 깨끗한나라(004540)가 최대주주인 오너가의 장남을 이사회에 참여시킨다. 실적악화로 한때 매각설이 나돌았지만 오너 경영을 강화해 내실을 다지는 모습이다. 오너3세의 본격적인 경영수업이 시작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깨끗한나라는 27일 주주총회를 열고 연결재무제표 승인과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 등을 처리할 예정이다. 특히 최대주주인 최정규씨의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안건도 올라가있다.

정규씨는 1991년생으로 최병민 깨끗한나라 회장의 장남이다. 지분 16.03%를 보유, 최 회장(1.62%)이나 어머니 구미정씨(4.96%), 누나인 최현수(7.7%) 깨끗한나라 대표이사 및 최윤수씨(7.7%)보다도 많다.

정규씨가 깨끗한나라 이사회에 멤버로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오너가 중에서는 최 회장과 장녀 최 대표만 사내이사로 참석했다.

나이 어린 오너 3세가 최대주주가 된 것에는 사연이 좀 있다. 깨끗한나라는 1966년 고(故) 최화식 회장의 대한팔프공업을 모태로 한다. 최화식 회장의 아들 최병민 회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나오고 창업주가 별세한 1980년대부터 회사를 물려 받아 이끌어 왔다. 1991년 사명을 대한펄프로, 2011년 깨끗한나라로 바꿨다. 그리고 산업용 포장재로 쓰이는 백판지, 종이컵 원지 등을 주로 생산하다가 1985년 금강제지를 인수하면서 화장품, 기저귀, 생리대 등 생활용품 사업으로 저변을 넓혔다.

깨끗한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제지업계 불황으로 부채비율이 1,200%까지 치솟는 등 위기를 겪었다. 당시 최 회장은 처가에 ‘SOS’를 쳤다. 최 회장의 아내 구미정씨는 고(故)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차녀다. 고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구본준 전 LG그룹 부회장 여동생이다. 특히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친아버지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은 2009년 깨끗한나라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등으로 경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가는 걸 막기 위해 지분 57.8%를 사들이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622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이후 깨끗한나라의 대주주는 희성전자(지분율은 71%)로 변경됐다.

최병민(왼쪽) 깨끗한나라 회장과 최현수 대표




희성전자는 2013년 깨끗한나라가 매출 6,000억원에 영업이익 200억원을 돌파하는 등 정상화되자 2014년 7월 25일 깨끗한나라 경영권을 최 회장 가족에게 넘긴다. 당시 최 회장측은 막내아들인 정규 씨를 전면에 내세웠다. 정규 씨와 두 딸 최 대표, 윤수씨 등은 희성전자가 가지고 있던 깨끗한나라 주식 총 1,166만 주를 약 681억원(주당 5,840원)에 사들였다. 경영권이 넘어오는 거래였지만 사돈가인 만큼 별도의 프리미엄은 없었다. 이를 통해 정규씨는 현재 깨끗한나라의 최대주주가, 두 누이는 2·3대 주주가 됐다.

정규씨는 당시 대학생으로 경영에 바로 참여하지는 않았다. 대신 경영수업은 누나인 최 대표가 받았다. 미국 보스턴대에서 심리학과 순수미술을 전공한 최현수 대표는 2006년 깨끗한나라에 주임으로 입사해 생활용품사업부 마케팅·제품개발팀장을 역임했다. 이후 경영기획실장, 총괄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지난해 입사 13년 만에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최 대표는 부임 첫해 매출은 전년대비 4.95% 줄어든 5,953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익은 43억원으로 흑자전환했고 당기순손실 규모도 28% 가량 개선하는 등 내실을 다지고 있었다.

다만 최대 주주인 정규씨가 기타비상무이사로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향후 어떤 식으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상시적인 업무에 종사하지 않고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이사회엔 비상근으로 참여하고 사외이사로 분류하기 힘든 유관 인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둔다. 큰 역할은 아니라해도 정규씨는 회사 의사결정의 중심인 이사회 분위기 등을 파악하고 작은 역할부터 맡아 경영에 참여할 전망이다.

최 대표와 최대주주간의 어색한 동거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는 일은 딸이하고 승계는 결국 아들이 받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수적인 제지업계 분위기상 아들이 결국 승계를 하겠지만 최 대표가 실적을 본격적으로 내는 상황에서 향후 경영권 판도가 어찌 바뀔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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